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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노동이사제 국회 소위 통과] 尹·李 '표 셈법'에 멍드는 기업..."민간 확대땐 이사회 기능 왜곡"

재계 "노사불균형 심화" 우려에도

심사 2시간30분만에 '속전속결'

이이어 윤도 친노동 전환 한몫

11일 본회의서 통과 가능성 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관계자들이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이날 오후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 개정안 등 법안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다. /권욱 기자




여야가 결국 노동권 표심(票心)에 두 손을 들었다. 180석의 더불어민주당은 4일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노조의 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제) 법안의 통과에 앞서 ‘패스트트랙’이냐 ‘단독 처리’냐를 놓고 저울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정기국회 내 처리를 특별 지시한 탓에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해야 한다는 고민이 컸다. 줄곧 반대해온 국민의힘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국노총에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찬성’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여당에 공(功)을 뺏길 수 없었다. 재계는 즉각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여야는 기획재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심사 시작 2시간 30분 만이었다. 노동이사제는 공기업, 준정부 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추천을 받은 비상임이사를 1명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 이사 선임 자격은 3년 이상 재직 근로자이며 임기는 2년으로 이후 1년 단위로 연임 가능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표를 의식한 속전속결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안건조정위는 정치권에서 이견이 있는 법안에 대해 여야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최대 90일간 심의하는 제도인데, 지난달 31일 첫 회의 이후 두 번째 회의를 갖고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빠른 법안 처리에는 야당의 급격한 입장 선회가 한몫했다. 윤 후보가 “표가 노동자에게 더 많다”며 친노동 행보를 보인 것이다. 윤 후보는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서도 “노동이사제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설득했다. 이날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석한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도입 대상에 정부 재정이 많이 투입되는 준정부 기관에만 한정해 시범적으로 운영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임원이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다. 재계는 기득권 노조에 의한 이사회 왜곡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특히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될 경우 이사회 기능을 왜곡시키고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저하하는 등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경우 국민을 위한 기업이 아니라 공기업 내부 구성원을 위한 기업이 될 수 있다”며 “독일 같은 경우도 노동자들이 감사 기구에만 들어가게 하지 개정안처럼 경영 의사결정 전반에 참여할 수 있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환경노동위원회 소위를 통과한 타임오프제는 여섯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공무원·교원 노조 전임자의 노사 교섭 등의 업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앞서 여야 의원들은 예산 추계와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 범위 결정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여당 간사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일반 노조와 달리 공무원·교원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면제 제도가 인정이 안 돼 노조 활동을 하는 데 차별을 받고 있었다”며 “이번에 전임자에 대해 근로시간을 면제해줌으로써 노조 활동을 잘할 수 있게 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는 본회의 통과 이후 법안 시행까지 각각 6개월과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들 법안은 각 상임위의 전체 회의를 거쳐 오는 11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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