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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외국 기업이 한국인 CEO 찾는 이유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중대재해법 등 규제일변도 정책에

혹시 모를 사고 대비 자구책 나서

反기업 정서 등 韓 기업환경 악화

ESG 등 긍정역할 알려 해소 시급

“요즘 지역 소재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찾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한국 기업인을 대표로 앉히겠다는 것이죠.”

지방에서 올라온 한 기업인이 전한 얘기다. 일견 현지화 전략인가 싶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바로 오는 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나름의 자구책이었던 것이다. 사업주의 형사처벌을 골자로 하는 데다 처벌 수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높기 때문에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한 자국 기업인 보호 조치였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기저에는 ‘반기업 정서’가 깔려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반기업 정서’는 유독 심한 양상이다. 우리 경제가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경 유착, 노동자 인권 탄압 등과 같은 폐해를 낳았다. 여기에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일부 기업인의 일탈 행위와 갑질, 환경보호에 무감각한 모습들 또한 국민이 더욱 기업에 등을 돌리게 만든 이유가 됐다. 더욱이 정치권에서 이런 국민감정에 기대어 반기업 정서를 영향력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측면도 무시할 수 없겠다.

반기업 정서는 필연적으로 규제 강화를 낳는다. 기업인들은 대통령과의 대화를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규제 관련 의원 발의 법안은 3,950건(지난해 7월 기준)으로 지난 정부(1,313건)의 3배가 넘었다. 이러한 규제 환경은 국제 비교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경쟁력 평가 중 ‘정부 규제가 기업에 초래하는 부담’ 지표에서 한국은 87위(전체 141개국)로, 독일(15위)·중국(19위)·대만(36위)에는 한참 뒤처지고 방글라데시(84위)·에티오피아(88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반기업 정서에 기반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들이 국내에서 기업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 5년간 해외로 나간 기업은 약 1만 5,000개 사인 반면 같은 기간 국내 ‘U턴 기업’으로 선정된 곳은 76개 사에 불과하다. 이는 투자 금액에서도 명확히 대비된다. 국제 기준인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 통계를 보면 지난해 내국인 해외직접투자액(ODI)은 324억 8,000만 달러였던 것에 비해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액(FDI)은 92억 2,000만 달러로 3.5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물론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가 좋지 않은 규제 상황 하나뿐이겠냐마는 국내외 기업들 모두가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기지는 않는 것 같다.



기업들도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나서고 있다. 지금껏 반복돼온 잘못에 대해 먼저 나서서 반성하고 더 이상의 일탈 행위도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환경문제 해결, 지배 구조 개선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통해 국민 눈높이와 사회적 요구에 맞춰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기업의 긍정적 역할이나 잘하는 부분을 격려해주는 등 기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다. 반기업 정서가 높다는 것도 다시 말하면 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이렇듯 대중의 관심이 살아 있을 때 자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통해 긍정적인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또한 최근 ‘소통플랫폼’ ‘아이디어 리그’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등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새해에는 TV에서 좋은 기업·기업인들의 긍정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지기를 바란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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