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에 오는 1분기 1조 5,000억 원가량의 펀드 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하며 패시브 자금을 1조 원 이상 빨아들이고 배터리 펀드도 매수에 가담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에 펀드 업계의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개연성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흥행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굴러 들어온 돌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LG화학(051910) 등 대형주는 주가 하락 위험에 직면했다.
5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2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27일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다. 공모가 밴드 상단(30만 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70조 2,000억 원, 공모 금액은 12조 8,000억 원이다. 일반투자자(4.54%)와 기관투자가(9.99%) 보유분 중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은 일부만 거래 가능하며 초기 유통 가능 물량은 10%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1분기 중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스피200지수에 무난히 조기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시총, 주가 상승 가능성, 유동비율 변수를 고려할 때 국내·외 주요 지수에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1조 원 이상의 패시브 자금을 흡수하리라 분석했다. 공모가 상단과 유동비율 10%를 가정할 때 △FTSE 914억 원 △MSCI 5,048억 원 △코스피200 4,650억 원의 추종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국내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교체 수요도 예정돼 있으며 업계에서는 그 규모를 5,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화학 구성 비중이 18%에 달하는 KODEX 2차전지산업 ETF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대비해 전일 “물적 분할로 2차전지 관련 매출이 비상장 자회사로 이동하고 신규 상장할 경우 상장일 포함 7영업일 이후 모회사 편출 및 자회사 신규 편입이 가능하도록 기초지수 산출 기준을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LG화학을 편입한 해외 2차전지 및 자율주행 ETF는 13개로 나타났지만 종목 교체일이 분산돼 있어 수급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LG화학을 편입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ETF의 자금 규모는 1조 원 이상이지만 시점과 종목 교체 불확실성이 있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금액은 5,000억 원 규모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적은 유통 물량과 대규모 펀드 매입 수요 대기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호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비중 축소 위험에 처한 여타 종목들의 표정은 어둡다. 특히 각종 지수에서 편출 및 비중 축소가 예고된 LG화학은 최근 한 달간 7.4% 밀렸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초기 상승이 계속되면 벤치마크 수익률을 밑돌 수 있다는 불안을 피하기 위한 펀드의 매입 수요가 한층 가중될 수 있다”며 “매수 자금 확보, 비중 축소 영향으로 여타 대형주는 주가 하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1월에는 소형주에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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