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블록딜로 매각했다. 이로써 정의선 부자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현대글로비스는 5일 칼라일에 지분 10%를 약 6,113억 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정 명예회장 지분 6.71% 전량과 정 회장 지분 3.29%다. 이번 매각으로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9.99%에서 19.99%로 낮아진다. 칼라일은 현대글로비스의 3대 주주로 올라선다. 칼라일그룹은 계약 체결과 함께 현대글로비스 이사 1인 지명권을 확보하는 한편 정 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경우 동반 매각 청구를 할 권리(Tag Along)을 쥐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불확실성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처음 도입된 지난 2015년에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율을 43.4%에서 29.99%로 낮췄다. 당시에도 블록 세일을 통해 지분을 통매각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19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규성 칼라일그룹 대표를 비롯한 핵심 투자 운용역들과 만난 적이 있다. 이번 거래는 당시 인연을 기반으로 칼라일 한국 사무소 등 본사가 협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사업 구조 개편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본격적인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들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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