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원전 발전량이 역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인 1만 5,741GWh를 기록한 것은 ‘탄소 중립’ 시대 원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정부가 석탄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 발전 비중을 늘릴수록 미세먼지 배출 없이 신재생의 간헐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원전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7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원전 발전량이 지난해 12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 들어 빠르게 늘고 있는 태양광의 낮은 발전효율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1년간 늘어난 태양광 발전은 설비용량 기준 4.4GW 정도로 원전 4개 규모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태양광 누적 설비만 21GW로 원전(23.25GW)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태양광의 전력 발전량은 원전과 비교해 초라한 수준이다. 전력거래소에 집계된 지난해 12월 태양광 발전량은 한국전력과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은 태양광 및 자가용 태양광 발전량은 제외돼 전체 태양광 설비의 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403GWh에 불과하다. 최근 8개월간 태양광 설비가 3GW가량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태양광 발전량은 오히려 지난해 4월 태양광 발전량(663GWh) 대비 3분의 2에도 못미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숨겨진 태양광’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겨울철 태양광 발전량은 원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겨울철은 일조량이 적은데다 적설 영향 등으로 태양광 발전효율이 크게 줄기 때문에 원전과 같은 기저 발전의 역할이 더욱 늘어난다.
전력 수요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것 또한 원전 의존도를 높였다. 정부는 올겨울 전력 사용량을 기준전망 90.3GW, 상한전망 93.5GW 내외로 각각 전망하며 전년 대비 3GW가량의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27일 최대 전력 사용량은 역대 겨울철 최고치인 90.70GW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전력 수요 증가는 코로나19 관련 경기 반등 외에 정부가 전기요금을 묶어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0년 말 도입한 연료비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했을 경우 지난해 4분기 전기요금은 실적연료비 인상을 바탕으로 2020년 대비 1㎾h당 5원이 증가해야 한다. 반면 정부는 ‘물가 인상’ 우려를 이유로 지난해 4분기 전기요금을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묶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원전의 1㎾h당 정산단가가 LNG(193원 80전)의 4분의 1 수준인 50원 50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지난해 꾸준히 원전 가동을 늘렸다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정부가 올해 전기요금을 전년 대비 10% 이상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올 3월 대선을 의식해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는 점에서 올 1월과 2월의 전력 소비도 전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상청은 올해 겨울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전망해 난방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올겨울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공공 석탄 발전 53기 중 8~16기를 가동 정지하기로 결정한 것 또한 원전 의존도를 높인 이유다. 다만 석탄 발전을 줄이고 원전 발전을 늘렸다는 점에서 원전이 미세먼지 발생이 없는 ‘청정에너지’라는 사실을 오히려 잘 보여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의 생애 주기 탄소배출계수는 1㎾h당 48g인 반면 원전은 12g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올겨울 원전 이용률은 현 정부 들어 최고인 70% 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는 위험성 등을 이유로 원전 정비를 이전 정부 대비 최대 8배가량 길게 진행했으며 2017년 12월부터 5개월 연속 원전의 월 발전량이 1만 GWh 이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고리 4호기가 가동돼 지금과 같은 원전 설비가 23.25GW 수준이었던 2019년 9월의 발전량도 9,803GWh에 그쳤다. 이 때문에 2015년 85.3%에 달했던 원전 이용률은 2018년 65.9%까지 떨어지며 ‘정부가 원전의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원전 이용률을 떨어트린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해 여름 전력 수급 비상 대책으로 원전 조기 가동을 지시하자 점검 중인 원전 3개가 갑자기 투입되는 등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전 점검 또한 정권 입맛에 맞는 ‘고무줄 점검’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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