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유통업체인 룩옵틱스가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 놓은 코스닥 상장사 서울리거(043710)의 경영 의지가 한풀 꺾이면서 지분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룩옵틱스는 주주로 참여할 새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서울리거 보유 지분 매각과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룩옵틱스는 1993년 설립된 중앙대 앞 '룩 안경원'이 모태로 1998년 아이웨어 유통 법인으로 출범했다. 2010년 '안경은 얼굴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아이웨어 프랜차이즈 ‘룩 옵티컬’을 내세워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글로벌 명품업체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백화점·면세점에도 진출해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서울리거는 2019년 6월 룩옵틱스 지분 인수 당시만 해도 경영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다. 신한벤처투자(옛 네오플럭스)로부터 구주 26만 1,250주를 167억 원에 사들여 주주로 합류했다. 이 때 기존 최대주주인 허명효 룩옵틱스 대표가 지분을 일부 소각해 1대 주주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이사 선임에 있어서도 서울리거가 우선권을 가졌다.
투자 2년 만에 기류가 변했다. 서울리거는 지난해 6월 보유 주식 2주를 허 대표에게 매도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내줬다. 허 대표는 본인 주식 22만 7,471주와 배우자 이현정씨 주식 3만 3,780주를 합쳐 50%를 소폭 웃도는 지분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허 대표가 더 많은 이사를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서울리거가 자발적으로 경영권을 내려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리거가 한발 물러난 데는 코로나19 충격이 결정적이었다. 룩옵틱스는 2020년 1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실적에 효자 노릇을 하던 면세점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사업 구조 재편을 위한 신규 투자는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채무 재조정(리파이낸싱)도 필요한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룩옵틱스는 오는 6월 15일 장기차입금 185억 원을 일시상환 해야 한다. 단기차입금을 합치면 300억 원에 육박하는 차입 부담이다.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서울리거 홀로 상환 재원과 투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리거는 룩옵틱스 지분 매각에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벤처투자는 2010년 300억 원을 투자해 룩옵틱스 지분을 인수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자 2019년 167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매각가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서울리거는 큰 포부를 갖고 룩옵틱스 지분을 인수했으나 코로나19로 상황이 급변했다"며 "새로운 경영 계획을 수립하려면 신규 투자를 유치해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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