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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돋는 미래기술의 戰場…노조·관료, 내년엔 꼭 와보라 [CES 2022]

■View&Insight

소니카 한참 바라본 정의선 회장

'미래의 敵'에 위기감 느꼈을 터

기업은 경계 넘나들며 전략 구상

勞·政도 참석해 공감 계기 되길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소니(Sony)가 공개한 전기차 'Vision S 01'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윤민혁 기자




지난 5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의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를 둘러보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시선은 ‘소니(Sony) 카’에서 멈췄다. 정 회장은 소니가 전날 프레스 콘퍼런스를 통해 공개한 ‘비전 S’ 모델을 한참 바라봤다.

다음 날 소니 전시관을 다시 찾아가 봤다. 정 회장이 무엇을 느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라이다 4개를 포함한 40개의 센서, 주행 중 300m 이내 물체를 감지할 수 있는 인식 능력, 시속 180㎞가 넘는 주행 능력 등 구체적인 수치들은 소니의 전기차 계획이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했다. 자동차 업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이 정도 완성차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안다. 정 회장은 ‘어느새 이렇게 준비를 했나’ 하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았을까.

소니도 전기차 영역에서 무서운 경쟁자가 될 것이다. 76년 역사에 걸쳐 카메라를 개발했고 음향 기술을 다져왔다.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기를 통해서는 ‘즐거움’이라는 영역에서 최고의 노하우를 터득한 회사다. ‘엔터테이닝 카’로서 훌륭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은 더 이상 ‘철과 기름’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자율주행 장치와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와 엔터테인먼트가 더 나은 차의 기준이 되고 있다. CES 2022는 차와 전자제품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GM은 자동차 회사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천명했다. 스텔란티스그룹은 아마존과 손잡고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BMW는 ‘시어터 스크린’ 등 디스플레이 능력을 과시했다. 전자제품 회사들도 전기차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정 회장이 직접 찾은 삼성 전시관에서는 증강현실(AR)에 기반한 주행 보조 시스템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퀄컴은 모빌리티 산업을 전면에 내세워 볼보와의 협력을 과시했고, 인텔은 폭스바겐·포드와의 탄탄한 파트너십을 자랑했다.



가혹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변해야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 2022에 연구개발(R&D) 팀을 중심으로 100명 내외의 참관단을 꾸렸다고 한다. 그러나 완성차 기업은 연구개발직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다른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생산직과 함께 보조를 맞춰야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

현대차그룹 생산직 노조는 전환의 시대에서도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선출된 안현호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당선 직후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운 사 측의 도발에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전기차 생산 관련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고용 유지를 이유로 해외 전기차 생산 시설 설립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오랜 완성차 생산의 역사가 미래 산업 전환을 발목 잡는 ‘레거시 코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 산업의 최전선인 CES에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변화하지 않는다면 죽는다는 것을 느낀다면 노조도 무리하게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회사의 생존이야말로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자율주행 분야에서 거미줄 규제로 혁신을 저해하는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네바다주는 이미 자율주행 관련 법을 개정해 상용화된 자율주행을 시행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꿈꾸던 지하 교통 인프라인 ‘루프’가 실현된 모습을 본다면 혁신에 대한 관료들의 생각도 바뀌지 않을까. 대전환의 시대에서는 모두가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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