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 노조의 파업이 열흘 넘게 이어지며 소비자와 화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표준계약서’에 따라 주 60시간 근무 등이 갈등의 쟁점이 되고 있지만 정부는 중재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택배 회사와 택배기사는 고용 관계가 아닌데도 노조가 표준계약서를 걸고 넘어지면서 앞으로 양측 간 갈등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부터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 회사는 택배 분류 작업을 위해 상당한 대체 인력을 투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CJ대한통운 택배 노조가 ‘과로사 등의 원인이 된 터미널 택배 분류를 여전히 택배기사가 담당 중’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른 셈이다. CJ대한통운은 “국토부가 모든 택배사를 대상으로 공정하게 현장 실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한 상태다.
CJ대한통운과 노조 간 갈등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정부가 지난해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한 표준계약서다. 표준계약서에는 택배기사를 분류 작업에서 배제하고 택배기사의 작업 시간은 주 60시간 이내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택배 사업자는 이러한 표준계약서에 기초한 위탁계약서를 구비해야만 사업등록을 할 수 있다.
노조는 대리점과 체결한 부속합의서에 명시된 ‘당일배송’과 ‘토요배송’ 원칙이 주 60시간 근무와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해당 원칙은 표준계약서 내용대로 주 60시간 이내 작업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명문화했을 뿐이고 국토부에서 부속합의서 승인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택배 회사와 택배기사가 노사 관계가 아닌 상황에서 표준계약서가 일종의 노사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택배 회사는 대리점과, 대리점은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다. 택배 회사는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와 직접 단체교섭할 의무가 없어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갈등은 대부분 CJ대한통운과 노조가 협상으로 정리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가 중재에 나설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업 참여자는 전체 CJ대한통운 기사의 약 6% 수준이지만 파업이 11일째에 들어서며 미배송이나 반송 물량은 매일 30~40만 상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 지연 등에 불만을 품은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등 화주들의 이탈도 진행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수요가 몰리면 소비자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 택배 노조의 파업은 지난해부터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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