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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논문 '中의 8분의 1' 수준…혁신 경쟁력도 OECD 중위권

[2022 성장엔진을 다시 켜라-과학기술 대혁신]

<4>산업전략 고도화…기술혁신이 국부다

  美 기업 22만건·中 8.8만건인데 韓은 1.8만건 그쳐

  양도 적은데 대부분 대기업 집중…강소중기 육성 시급

  AI·5G 등 혁신 분야 경쟁력은 OECD 19위에 머물러





# 일본 2차전지 분리막 소재 업체 아사히카세이는 지난달 한국의 배터리 소재 중소기업인 더블유스코프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진행했다. 분리막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로 안전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종주국인 일본에서 배터리 사업을 대폭 확대한 한국 업체를 겨냥해 법적 분쟁을 빈번히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장원 대한변리사회장은 “일본 회사들이 표현 방식만 달리해 부당하게 특허 권리를 확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카세이의 특허 공격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사례다. 기초과학→선행 연구→특허 획득→상용화라는 제품 개발의 전 과정을 주도하지 않고서는 언제든 우리 산업이 외국 기업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의 기초 과학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기업 논문 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7위로 중위권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세계 연구성과 분석 솔루션 사이발(SciVal) 등에서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16개 국가 기업의 논문 55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순위는 낮지 않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5년간 미국 기업의 논문 수는 22만여 건, 중국은 8만 8,000여 건으로 압도적이다. 이어 일본·독일·영국이 2만~4만여 건으로 뒤따르고 있으며 한국은 1만 8,000여 건에 불과하다.

질적으로도 상위권 국가 기업과의 격차가 크다. 같은 기간 상위 25% 저널의 기업 논문 수는 한국이 7위에 올라 있는데 이들 저널에 실린 논문 수는 미국 기업이 1,800여 개로 압도적으로 많고 중국과 일본이 각각 840여 개, 670여 개로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100여 개로 일본의 6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 논문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그 수가 많지 않고 그나마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강소 기업이 적다 보니 중소·중견 기업의 연구개발(R&D) 수준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 연구 능력의 부족은 혁신의 저해로 이어진다. 한국기업혁신조사(KIS) 등에 따르면 인공지능(AI)·5세대(5G) 등 혁신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19위에 머물렀다.

대표적인 분야가 AI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10~2019년 기준 우리나라 AI 특허는 6,317건으로 중국(9만 1,236건), 미국(2만 4,708건), 일본(6,754건)에 이어 4위다. 하지만 특허 피인용 수준과 해외 출연 여부, 특허 유효 기간 등을 감안한 상위 10% 특허는 8건에 불과했다. 미국(43건), 캐나다(27건), 영국·인도(13건), 대만 11건에 이어 6위이지만 미국·캐나다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전기차의 핵심이자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일본 도요타는 1,000여 건의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장벽을 구축한 상태다. 전고체 배터리 관련 일본 기업들의 특허 점유율은 전 세계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을 새로운 산업 트렌드에 맞게 뜯어 고치고 기업과 정부·학계가 기초과학 및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3각 트라이앵글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지식 위주의 한국형 교육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사라져가는 산업 체제의 시스템에 맞게 짜인 어긋난 교육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나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교육 기고가 어맨다 리플리는 한국의 교육을 ‘압력 밥솥’에 비유한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10년 넘게 공부한 것을 평가하는 한국의 현실을 비꼰 것이다. 그는 “한국을 방문해 만난 사람 가운데 그 누구도 한국의 교육 제도를 칭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와는 반대로 선진국에서는 ‘거꾸로 교육(Flipped Learning)’ ‘게임 친화 학습’ 등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지난 인재를 기르려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지닌 학생을 길러내고 이들 학생이 주축이 돼 기업과 대학 연구소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기초학문과 핵심 특허를 개발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단기간에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과학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졌다”면서 “앞으로는 정부가 기초과학 쪽으로 투자하는 질적 전환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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