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년 만에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한반도 방어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시험 발사에 대해 극초음속 기술에는 못 미친다고 평가했는데 안보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군 당국의 탐지 체계 한계로 인해 북한의 기술력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미일 간 미사일 탐지·방어 시스템 구축 등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전날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거리 600㎞ 계선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하며 강한 선회 기동을 수행해 1,000㎞ 수역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발사 현장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북한 수뇌부가 대거 참석했다. 지난해 9월과 이달 5일 미사일 시험 발사 당시에는 참관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이날 전격 등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지난 2020년 3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661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시험 발사 이후 이번 미사일 개발에 기여한 핵심 관계자를 격려하고 기념 사진도 찍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완성형임을 입증한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의 시험 발사 때는 그동안 박정천 당 비서 등 실무진이 참석해왔다.
북한의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미 요격망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은 이날 사거리 1,000㎞를 비행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합참이 탐지했다고 밝힌 700㎞와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미사일 고도가 낮아 이지스구축함 등 우리 군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은 미사일이 600㎞ 지점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한 후 240㎞가량 선회 기동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선회하면서 군 레이더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선회 기동은 요격미사일을 회피하는 활강 기동을 의미한다. 저고도로 비행한 것이 사실이라면 요격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700㎞ 비행 이후 레이더 탐지 고도 이하로 더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이 총집약돼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극초음속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합참이 신중한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발표와 합참 탐지 결과 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미사일이 600㎞ 지점부터 변칙 가동해 합참이 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탐지 식별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당연히 요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한미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넘어 한미일 방어 체계로 확대해 북의 위협을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군 당국은 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안보 측면에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 MD 체계를 무력화한 것인데, 한미일 간 미사일 탐지·방어 시스템으로 확대해 북의 도발 위험을 억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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