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휘(30·CJ대한통운)는 지금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에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지만 비경을 즐길 여유는 없다. 오는 16일부터 나흘 간 열릴 바하마 그레이트 이그주마 클래식은 미국프로골프(PGA) 2부 콘페리 투어의 2022시즌 개막전. 시즌 초반부터 성적을 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많아지고 그래야 상금 랭킹으로 1부 복귀를 노릴 수 있다.
출국 전 만난 김민휘는 “최대한 노력해서 할 수 있는 한 빨리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1부에서 활동할 때와 비교해 틀어지고 벗어나 있는 몸 상태를 되돌리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2010년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2관왕 출신의 김민휘는 꿈의 무대 PGA 투어에 진출해 다섯 시즌 동안 준우승 세 번, 3위 두 번의 성적을 냈다. 2020년 콘페리로 내려간 뒤로 올해로 3년째. 허리 디스크 악화로 2020년 제 기량을 못 보여줬고 지난해도 회복세가 성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통합된 2020~2021시즌에 상금 랭킹 86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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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휘는 애써 외면해왔던 자신의 몸 상태를 이참에 낱낱이 파헤쳐 보기로 했다. 겨울 휴식기 동안 태릉선수촌 내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을 찾아 정밀 측정을 받았다. 그는 “몸의 밸런스가 깨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습과 운동·정신력으로 버텨내려 했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 큰 소득”이라며 “처방 받은 훈련 방식에 맞춰 재정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냉정하게 보면 1부에 빨리 복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연습과 운동, 그러니까 기술적·신체적인 부분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가다 보면 생각한 것보다 잘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동 거리가 어마어마한 게 콘페리 투어의 일상이다. 미국 내에서 종단·횡단하거나 때로는 북중미와 남미도 넘나든다. 코스마다 환경도 천차만별이다. 김민휘는 “(고지대인) 콜롬비아 보고타 코스는 7번 아이언 샷이 200야드 넘게 나간다. 해발고도에 따른 클럽별 거리를 차트로 정리하는 데만 1년 넘게 걸렸다”고 돌아봤다.
스물한 살부터 미국에서 뛴 김민휘는 “돌아보면 그렇게 어린 나이에 도전한 것도 아니더라”며 “다시 PGA 투어에 올라가면 예전보다 업그레이드 되고 멋있어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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