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민연금제도로는 1990년생이 수령 자격을 얻는 2055년 적립금이 모두 소진되는 만큼 당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3일 한국과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5개국의 고령화 실태와 연금제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주요 국가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인 빈곤율은 높은 반면 공적·사적 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집계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조사 대상 37개국 중 1위였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올해 기준 17.3%로 G5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2025년에는 20.3%로 미국(18.9%)을 제치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45년에는 37.0%로 세계 1위인 일본(36.8%)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 생활의 주요 소득원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 비중(25.9%)이 G5 평균(56.1%)보다 현저히 낮았고, 사적 연금 및 자본 소득과 같은 사적 이전소득(22.1%)의 공적 연금 보완 기능도 약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의 공적 연금 제도는 G5보다 ‘덜 내고 더 빨리 받는’ 형태로 운영돼 연금 소진 속도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행 62세에서 2033년 65세로 3년 늦춰질 예정이다. G5(현행 65∼67세→67∼75세 상향 예정)에 비해 여전히 빠른 수준이다. 한국의 보험료율은 9.0%로 G5 평균(20.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대치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연금액에 필요한 가입 기간도 20년으로 G5 평균(31.6년)보다 10년 이상 짧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입에서 지출을 뺀 재정수지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에 소진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2055년 국민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의 위기 속에 사적 연금도 안전판으로는 부족하다. 15∼64세 인구 중 사적 연금 가입자의 비율은 한국이 17.0%로 G5 평균 55.4%를 밑돌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노후 소득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사적 연금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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