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이 1,000조 원에 달하며 국민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기금운용본부지만 민간에 뒤떨어진 처우와 본사 지방 이전으로 핵심 운용역들의 이탈이 매년 지속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한 전주가 서울은 물론 해외 출장이나 투자자 방문도 쉽지 않아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여야 할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적잖은 투자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내 자본시장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 비중을 늘리는 대체투자 부문에서 지난해 11월 인프라투자실장과 부동산투자실장이 잇따라 사표를 내자 기금본부 관계자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대체투자는 경험이 많은 운용역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 3명의 부서장 중 2명이 미련 없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초에는 아시아인프라팀장이 사직서를 던졌고,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실무를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의 최성제 실장과 강신일 책임투자팀장도 지난 2020년 잇따라 연금을 떠났다.
운용역 퇴사는 2017년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과 맞물려 고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이전을 앞둔 2016년 30명에 이어 2017년 27명이 기금운용본부에서 짐을 쌌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9년 초부터 2021년 8월 말까지 운용역 76명이 퇴직했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에 인력난이 심화하자 결국 지난해 인사 규정을 바꿔 투자 실무 경험이 없는 지원자도 채용할 수 있게 해 연금 가입자들을 불안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땜질식 처방도 운용역들의 줄퇴사를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운용사에 비해 연봉 등 처우가 낮은 데다 지방 근무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직원들의 퇴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잔류 인력들조차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다 기금 탈출에 나서는 형편이다. 국민연금 고위 운용역을 지낸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후 핵심 인력 이탈이 가속화됐고 현직 운용역들도 고충이 크다”며 “지속되는 퇴사 러시가 투자 성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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