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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재매각 진퇴양난...국내 매수자 없고 해외 팔땐 기술유출 위험

■현대重·대우조선 합병무산 후폭풍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절차 종료

韓조선 '빅2 체제' 개편 무위로

수주 침체기 출혈경쟁 재연 우려

'새주인 후보' 한화·포스코·효성

친환경 사업구조 재편해 시너지↓

방위사업 분리 후 해외 매각되면

LNG선 건조기술 등 탈취 가능성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이 시운전하고 있다./사진 제공=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329180)그룹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기업결합이 3년여의 진통 끝에 무산으로 결론 났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됐던 ‘빅2 체제’ 개편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향후 수주 침체기가 도래하면 저가 수주, 과당 경쟁 문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인수 대상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러나 마땅한 인수 주체가 없어 재매각 작업은 험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해 심사 절차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7월 한국조선해양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2년 7개월 만에 무산으로 최종 결론이 난 것이다.

물 건너 간 조선업 구조조정

양 사 결합이 무위로 돌아가며 한국 조선업은 ‘빅2 체제’ 개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기회를 잃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이동걸 산은 회장은 ‘규모의 경제’ 강화를 강조해왔다. 이는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CES 2022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조선 산업은 이미 국가 대항전의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일본·중국에서도 (기업결합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내부 경쟁이 아니라 (해외로) 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고 언급한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현재로서는 수주 랠리가 이어지는 만큼 조선업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그러나 조선업 시황은 변동성이 크다. 포스트 코로나가 본격화한 후 현재와 다르게 다시 수주 환경이 나빠질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우려가 크다는 게 업계의 걱정이다. 수주 침체기에 저가 수주, 과당 경쟁에 따른 경영 위기가 조선업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산은, 대우조선 재매각 추진



이제 공은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산은이 재매각 작업에 나설 경우 시장에서는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한화·포스코·효성그룹 등을 꼽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거나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철강 사업의 전방 산업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다는 점과 전용선 발주 등의 연관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한화는 방산 분야에서의 시너지가 기대 요인이다. 그러나 이들이 관심을 보였던 것은 2008~2009년 조선업 호황기 때다. 현재는 그룹 사업을 친환경 위주로 재편한 탓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시너지가 더 이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또 수소, 친환경 소재, 우주 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앞둔 만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자금 마련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인수 추진을 점쳐보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과점 문제로 가능성이 낮다.

해외 매각 땐 기술유출 우려

국내 매각이 불가능할 경우 남은 카드는 해외 매각이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방위 사업 부문인 잠수함·함정 건조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이 꼽힌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규모는 갖췄지만 기술력에서 뒤떨어지는 중국 조선소들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중국 후둥조선소가 언급된다. 후둥조선소는 카타르가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발주할 때 국내 조선 3사 외에 유일하게 수주 계약을 맺은 중국 조선소이기도 하다. 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에서도 자유로워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안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LNG 운반선 건조 기술과 같은 한국 조선 경쟁력의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커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찮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 산업은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긴 데다 중대 재해, 강성 노조 등 경영상 리스크가 만만찮다”며 “국내 대기업 중에서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전무해 해외 매각이 가능한 선택지이지만 핵심 기술이 빠져나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종갑 기자 세종=박효정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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