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사모펀드(PEF)운용사인 SG프라이빗에쿼티(PE)가 새해 최대 8,000억원 규모의 다섯 번째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는 펀드)조성을 추진한다. 구조조정 기업과 소수지분 투자 등 안정성에 방점을 찍었던 기존 전략을 탈피해 신산업과 경영권 인수에 주력할 계획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GPE는 주요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신규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다. 규모가 5,000억 원 이었던 SGPE의 직전 블라인드 펀드가 예상보다 빠른 2년 만에 투자금을 소진하면서 새 펀드 조성 목표를 늘렸다. 2014년 처음 결성한 블라인드 펀드가 63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 들어 빠르게 덩치를 키우는 셈이다.
SGPE는 그동안 구조조정 기업이나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성격)투자에 집중했고, 경영권보다는 소수지분 투자를 선호해왔다. 그러나 지난 펀드를 기점으로 젊은 운용역에게 기회를 열면서, 전기차 부품사나 바이오, 온라인플랫폼, 게임, 골프산업 등 투자 영역을 넓혔다.
테슬라 협력사인 엠에스오토텍과 명신산업에 일찌감치 투자했고, 쏘카 등 모빌리티와 알테오젠·레고켐바이오 등 바이오 투자를 단행했다. 모바일게임 BTS월드를 개발한 테이크원컴퍼니의 시리즈C 투자유치에 참여하는 등 벤처성 투자도 이어갔다.
이번 펀드 역시 성장성에 무게를 두면서, 비교적 규모를 키운 경영권 인수도 문을 열 계획이다.
2012년 출범한 SG PE는 프로젝트 펀드를 포함해 총 17개의 펀드를 조성했고, 누적 운용자산이 1조 5,053억 원에 이른다. 그간 청산한 13개 펀드를 기준으로 한 내부수익률(IRR)이 16.43%이고, 특히 10년 간 이어온 투자 중 한 건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운용했다.
그러나 성장산업 투자를 기대하는 주요 기관투자자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젊은 운용역에게 권한을 주며 조금씩 전략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30~40대 운용역으로 세대교체를 시도한 것.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이나 벤처캐피탈로 이탈하기 쉬운 젊은 운용역에게 남다른 인센티브를 준 것도 특징이다.SGPE는 이들에게 기존 운용역이 한 일부 투자기업의 운영과 회수를 맡겼고 그에 따른 성공 보수도 기존 운용역과 나누기로 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펀드 운용 중에 주요 운용역이 변경되면 전략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운용사를 제재 한다. 실력 있는 운용역의 장기 근속이 운용사의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SGPE 관계자는 “젊은 운용역에게 회수 경험과 함께 신규 투자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줬고, 신산업 투자 과정에서 예상되는 우려는 대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투자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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