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에스케이 소속 에스케이(주)가 특수관계인 최태원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6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업기회 제공행위와 사실상 동일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상법상 회사기회 유용금지 규정이 도입된 지가 10여 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해당 규정을 적용한 소송은 전문한 상황이다. 이에 에스케이 사건은 사업기회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작위의무가 있는 자가 사업기회를 포기해 제공객체가 이를 이용토록 하는 소극적 방식의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태원 회장이 공정위 심판정에 직접 출석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공정위 심의절차에는 형사재판과 달리 자신의 혐의에 대해 소명하거나 제재수준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 위해 당사자가 반드시 출석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사건처리 절차는 △사건인지 △조사 △위원회 상정 △위원회 심의·의결 △의결서 송달 △불복 등의 순으로 이뤄진다. 공정위 심의를 할 때 위원회는 피심인과 심사관을 심판정에 출석하도록 해 대심구조 하에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 후 위법여부, 조치내용 등에 대해 합의한다.
통상적으로 피심인인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기 보다는 피심인의 대리인이 출석해 혐의 여부와 제제수준 등에 대한 의견을 소명한다. 물론 피심인인 당사자가 직접 나와 자신의 혐의 인정여부 또는 제재수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기업 총수가 직접 출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이례적이다.
이와 달리,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에게는 공정위 심의 때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 공정위의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에서는 담합을 해 감면신청한 사업자에게 소속 임직원의 심판정 출석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즉 감면신청 사업자에게 소속 임직원의 심판정 출석 등 심의 과정에서의 협조 의무를 명시해 위원회 위원들이 감면신청 및 담합 사실을 직접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임직원의 심판정 출석 등 여러 가지 성실 협조 의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면 혜택 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는 성실 협조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고 자신신고 감면 혜택을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사실상 심판정 출석의무가 강제되는 셈이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재판출석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판에 출석해 자신을 방어하는 권리적 측면과 함께 검찰 수사결과 기소된 사람으로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의무적 측면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1심에 준하는 공정위 심의절차 역시 피심인이 자신을 방어하는 권리적 측면과 함께 심사관 조사결과 위원회에 상정된 당사자로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심의를 받아야 하는 의무적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출석해 실질적인 심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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