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각축전에 돌입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경선 표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민의힘 내 ‘찬탄파(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는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영남권을 찾아 ‘당심 구애’에 나섰고 탄핵 반대 주자인 김문수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나경원 의원은 청년층 끌어안기로 중도층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경선 초반 주자들의 움직임은 ‘약점 보완’으로 요약된다. 경쟁자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민생 행보에 나선 한 전 대표와 안 의원은 첫 행선지로 당의 텃밭인 영남을 선택했다. 경선의 벽을 넘어서려면 결국 후보 선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당심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대구·경북(TK)와 부산·울산·경남(PK)은 보수 정당 당원들이 몰려 있다는 점에서 두 후보가 특히 공을 들여야 할 지역들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울산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명화공업 등 제조 업체를 연이어 방문해 임원진 및 현장 근로자들과 만나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청취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말해야 할 건 계엄·탄핵이 아니라 블록화 된 경제 전쟁에서 우리의 동력을 살려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지역화폐를 뿌리겠다’는 식의 엉터리 정책으로는 자동차 산업을 지킬 수 없다. 자동차 산업을 성장시키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지키는 정치를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안 의원은 박정희대통령역사관·다부동전적기념관·서문시장 등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를 연이어 방문했다. 안 의원은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다부동은 바로 21대 대통령 선거”라며 “정직하고 유능하며 나라를 책임질 수 있는 리더십을 선택하는 것만이 지금 대한민국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과 나 의원은 이날 연금개혁청년행동이 주최한 ‘연금개악 규탄 집회’에 참석해 모수 개혁(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추가 개혁을 약속했다. 대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청년층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김 전 장관은 “연금 개혁을 했지만 청년들에게 가혹한 부담을 더 많이 지우는 개악이 돼버렸다”고 날을 세웠고 나 의원은 “청년이 공감하는 연금 개혁이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제대로 논의될 수 있도록 여러분과 뜻을 같이하겠다. 여러분의 연금 주머니를 지켜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정치에서 오랜 기간 거리를 뒀던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하며 스킨십을 다지기도 했다.
특히 나 의원은 이날 “위험한 이재명 후보를 꺾고 대한민국을 구할 유일한 필승 후보로 승리의 역사를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출마 선언식을 열어 “이번 대선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재집권하더라도 여전히 소수 여당으로서 무도한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면서 “의회를 알지 못하고 정치를 모르는 사람은 할 수 없다. 5선 국회의원 정치력으로 나경원이 할 수 있다”며 거야를 상대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시장직을 사퇴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공식 출마를 앞두고 출정식 장소 선정 및 캠프 구성 등 막바지 채비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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