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차로 15분, 아라리오 뮤지엄을 시작으로 힙하고 지속가능한 브랜드 매장이 모여들고 있다는 제주시 탑동. 한때 횟집이었던 낡은 건물에 간판도 없는 수상한 가게가 문을 열었어요. 재고로 남은 옷을 리폼해 세상에서 하나 뿐인 의류를 팔고, 또 캠핑 의자나 등산스틱도 빌릴 수 있는 이곳은 의외로 아웃도어 브랜드가 직접 연 매장이에요. 바로 코오롱 스포츠의 ‘솟솟 리버스(RE;BIRTH·사진)’인데요. 지난 10일 정식으로 문을 연 솟솟 리버스에 지구용이 먼저 다녀왔어요. 솟솟 리버스를 기획하신 한경애 전무님과 인터뷰도 나누고 왔답니다. 과연 코오롱 스포츠는 친환경에 얼마나 진심인지, 지구용과 함께 제주 솟솟 리버스 둘러볼까요?
횟집 건물에 들어선 간판 없는 가게의 정체는
솟솟리버스는 이름 그대로 코오롱 스포츠가 운영하는, 버려진 제품이 재탄생하는 공간을 뜻해요. 먼저 매장 자체가 재탄생이라는 키워드를 품고 있어요. 연분홍의 귀여운 외관의 솟솟리버스 건물은 원래 횟집이었대요. 특별한 인테리어 없이 철거와 구조 보강 정도만으로 매장을 완성했어요. 제품 진열대(사진)와 의자 등은 바다에서 건진 플라스틱 부표 등을 수명이 다 한 등산 로프로 엮어 만들었대요.
이를 위해 직원분들이 직접 바다에서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셨다는 후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각각의 스티로폼을 어디에서 주운 건지 적혀 있어 재미있었어요.) 또한 폐기물이 버려진 제주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작가 씨킴(CI KIM)의 사진 작품들과 자투리 원단으로 매트 등을 직조하는 공예가 최수영 작가의 작품도 구경할 수 있어요.
버려진 옷이 다시 태어나는 곳
솟솟리버스에선 100% 리사이클 제품만 취급해요. 1층엔 리버스 상품(사진)이, 2층엔 지구용에서도 소개해드린 업사이클 브랜드 래코드의 상품이 진열돼 있어요. 리버스와 래코드 모두 재고 의류를 활용했다는 게 공통점인데요. 옷을 완전히 해체해서 새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래코드에 비해 리버스는 새로운 장식을 달거나 원단을 덧붙이는 등 비교적 간단한 방식을 활용해요. (가격도 래코드보다 저렴!) 또한, 이곳에는 한정판 와펜도 판매중이에요. 오래 사용해서 낡고 지겨워진 옷이나 에코백 등을 와펜, 자수 등을 더해 오래오래 잘 사용해보자는 취지. 앞으로 이와 관련한 워크숍도 진행할 계획이래요.
아웃도어 브랜드가 등산용품 빌려주는 이유
한라산 등반 등 아웃도어 활동을 위해 제주를 찾는 방문객이 워낙 많다보니 아웃도어 제품을 대여해주는 게스트하우스나 전문 업체도 많아요. 하지만 아웃도어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직접 렌탈 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드문데요. 솟솟리버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이 렌탈 서비스에요. 캠핑용 테이블과 커피 드리퍼, 의자 등 해변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제품들과 비옷, 등산 스틱, 아이젠, 스패츠 등 등산에 필요한 소품들을 빌려줘요. 지금은 매장 방문객에게만 제공하고 있고 추후 온라인 예약도 받을 예정이라고. 이틀 사용하는데 비옷은 5,000원, 아이젠은 5,000원 수준이에요. 한 두번 쓰고 말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짐을 옮기기 위해 차를 빌릴 필요도 없죠.
제품을 판매하는 게 더 득이 될텐데, 코오롱스포츠는 왜 굳이 렌탈 서비스를 하는 걸까요? 래코드를 만드신 한경애 코오롱FnC 전무(사진)는 “기업이 돈만 추구하는 시대는 갔다. 패션도 어떻게 화려하게 보일지에서 끝날게 아니라 가치를 얘기해야하는 시대"라며 “솟솟리버스는 그런 가치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매장이다. 이런 진심을 아셨는지 벌써 제주의 많은 환경 관련 단체에서 협업 제의가 오고 있다”고 전했어요.
최근 많은 업체들이 친환경을 간판으로 내걸고 있지만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될 뿐 실제론 환경에 별 도움이 없는 ‘그린워싱(위장친환경주의)’도 많아요. 과연 코오롱스포츠는 환경 보호에 진심일까요? 한 전무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지금만큼 높지 않았던 10년 전에 코오롱 스포츠가 만든 브랜드가 래코드다. 무려 10년 동안 리사이클 브랜드를 유지해 왔다는 것 자체가 저희의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는 “래코드가 올해로 10주년이고 코오롱스포츠는 내년 50주년이 된다. 솟솟리버스는 코오롱스포츠 50주년에 보여줄 앞으로의 그림의 첫 단추 같은 공간"이라며 "환경을 지키는 일을 저흰 일시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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