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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단순한 온실가스 배출 억제는 산업에 부담만"

정책적 불확실성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

노동생산성 대체할 탄소생산성 도입 필요

韓 탄소배출 대비 생산성은 주요국 꼴지

국내 한 발전소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DB




최근 탄소중립 전환이 숨 가쁘게 이뤄지는 가운데 탄소집약 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 배출 총량 규제만으로는 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기술혁신을 통한 에너지 전환과 저탄소 산업화 등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주로 쓰였던 노동생산성 개념을 대체할 자원생산성이나 탄소생산성 등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기후중립적 생산성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9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후변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석탄발전과 제조업 등 탄소집약 산업 비중이 높으므로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규제는 산업에 부담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이행리스크를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으로 나눠 살펴봤다. 환경 규제로 기업의 혁신 활동을 촉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신산업이 성장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유·석유화학·철강 등 화석연료 기반 산업이 보유 시설 가치가 급속히 줄어드는 등 시장 비효율이 발생하고 규제 비용이 커질수록 혁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부정적 요인도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억제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려면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려면 우리나라 산업 특성을 고려한 부문별 감축 목표 세분화, 지속적인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관리, 정합성과 일관성을 갖춘 정책 설계 및 운용 등으로 정책적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높은 불확실성과 대규모 초기비용 등으로 민간의 위험 감수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연구개발 투자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마중물 역할도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이와 함께 탄소 배출량 대비 산출량을 나타내는 탄소생산성과 같은 지표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동생산성에 초점을 맞추면 인건비 절감이 최적의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기후중립적 생산성 향상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탄소생산성을 100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88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영국(207), 유럽연합(169), 독일(149) 등 주요국과의 격차는 더 크다. 특히 노동생산성이 63으로 우리나라와 동일한 일본은 탄소생산성이 125로 앞서가고 있다.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이슈로 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까지 봐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기 위해서 환경을 고려한 기후중립적 생산성을 도입해 다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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