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해외기업 인수 대금을 인출하면서 지난해 12월 달러화 예금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긴축 행보에 앞으로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했을 때 달러를 집중 매수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2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국내 거주자(개인·기업) 외화예금은 972억 7,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57억 5,000만 달러 감소했다. 외화예금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보유한 국내 외화예금을 의미한다.
달러화 예금이 829억 6,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58억 4,000만 달러나 줄었다. 특히 법인의 달러화 예금이 60억 8,000만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사업부 양수와 관련해 중국 대련 생산시설 인수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인수 관련 대금을 인출하는 등 기업 자본 거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인의 달러화 예금은 2억 4,000만 달러를 늘었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팔기 때문에 외화예금은 줄어든다. 미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으로 달러화가 점차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달러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으나 일시적 하락으로 보고 집중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예금은 18억 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억 4,000만 달러 감소했다. 위안화 역시 일부 기업의 자본거래 관련 자금 인출 영향을 받았다. 엔화(52억 5,000만 달러)와 유로화(52억 달러)는 각각 1억 3,000만 달러씩 증가했다. 국내은행(879억 7,000만 달러)과 외은지점(93억 달러)은 각각 18억 달러, 39억 4,000만 달러씩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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