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당 대선 후보에게 오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특정 지역구에 전략 공천을 요구한 사실이 20일 알려졌다. 당 지도부에서는 “구태 정치”라는 불만이 나왔고 윤 후보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와 홍 의원이 회동한 지 하루 만에 ‘원팀’ 구상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날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의 만찬 자리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각각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에 전략 공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감사원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탈락 이후 홍 의원을 지지했고 이 전 구청장은 홍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했을 때 도왔던 지역 내 측근으로 꼽힌다. 홍 의원은 나아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다섯 곳에 전부 전략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선거대책본부 내에서는 “홍 의원이 측근들 공천 챙겨주기를 조건으로 선대본에 합류하려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지난 6일 윤 후보와의 간담회 자리까지만 해도 홍 의원에게 호의적이었던 선대본 청년 보좌역들도 이날은 홍 의원에 대한 비토 여론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선대본·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절체절명의 시기에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당원 자격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도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놓았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나아가 “공천 문제에는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보궐선거 공천 문제는 지난 월요일(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여론조사 공천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고 전략 공천에 선을 그었다.
한편 윤 후보는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최 전 원장과 40여 분 간 회동하며 원팀 행보 기조를 이어갔다. 최 전 원장은 “어떤 일이든 도울 생각이 있다”고 화답했다. 다만 윤 후보는 ‘홍 의원과 다시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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