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에서는 모호한 법 규정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20일 열린 ‘중대재해법 시행 D-7 최종점검 웨비나’에서 전문가들은 책임소재를 파악하려면 실질적으로 누가 지배·운영·관리했는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모자회사 간 임직원이 겸직하는 경우 자회사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모회사에 영향은 원칙적으로 없다. 다만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 공동센터장(변호사)은 “모회사 임직원을 자회사 대표이사 등으로 파견해 자회사의 안전·보건업무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의무 위반자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가 모회사에 안전보건 업무를 위탁할 경우에도 모회사의 대표이사는 중대재해법상 경영 책임자로서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업주 혹은 임직원이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장소라면 책임 소재가 생긴다. 반면 고객사의 경우 단순 발주자인지 도급인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박 공동센터장은 “고객사가 현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지휘하는 경우에는 단순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계약 형식상 임대차라 하더라도 임대인이 실질적으로 도급계약으로 평가되는 경우 경영 책임자 등의 의무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개별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어 수사기관의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시원 중대재해센터 부센터장(변호사)은 “현장 방문을 통한 수사는 어려울지라도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등이 구체적 증거를 근거로 경영 책임자를 고소한다면 수사기관이 불기소 처분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거나 적용 시기가 유예된 규모의 사내 협력회사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도급인의 경영 책임자는 처벌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자가 전담 조직 업무를 겸임할 수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이동현 율촌 책임노무사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산안법상 안전보건관리체제 인력과 전사의 안전보건을 통합 관리하는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전담 조직은 구분해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도급업체를 대상으로 기본적으로 산업재해 예방능력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노무사는 “법률상 의무 이행의 대상이 되는 도급·용역·위탁 등에 대해 도급계약 등의 수행 기간, 계약 금액 등의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