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대행 업체들의 라이더 영입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득세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수법까지 등장해 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업계의 경쟁 속 라이더들은 세금을 덜 내고 한 푼이라도 더 많은 배달료를 지급하는 업체로 옮겨가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에서 ‘소득세법 개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해결에 나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한 배달대행 연합 브랜드 M사는 플랫폼에서 벌어들인 라이더의 배달료에 대해 소득세(3.3%)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지급한다. 반면 바로고, 생각대로, 메쉬코리아(부릉) 등 타 배달 대행 업체들은 건별 배달료에 대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지급한다. 라이더들 입장에서는 원천징수 여부에 따라 자신의 계좌에 최종 입금되는 금액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M사가 더 많은 배달료를 지급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M사가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배달료를 지급하는 이유는 ‘소액부징수’ 제도 때문이다. 소득세법 제 86조에 따르면 원천징수세액이 1,000원 미만인 경우에는 소득세를 징수하지 않는다. 세액이 너무 적어 징수의 효율성이 낮을 때는 아예 걷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이더가 배달 1건에 4,000원의 배달료를 받을 경우 이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은 소득의 3.3%인 132원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현행법상 소액부징수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소득의 기준을 배달 건별로 해야 하는지, 월별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의미다. 만약 이 라이더가 건당 4,000원짜리 배달을 한 달에 100건 했을 경우의 소득을 월별로 계산하면 총 40만 원의 수입에 대해 원천징수세액이 1만 3,200원이다. 이럴 경우 소액부징수를 적용받지 않아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 또 소액부징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연간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라이더가 자발적으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이 경우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M사의 행보에 대해 다른 배달 대행업체들은 법안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한두 푼 차이로 라이더들이 소액부징수 방식을 택한 업체로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실상 ‘소득 쪼개기’ 같은 방식으로 소득 신고와 납세를 회피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해석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정치권까지 나섰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이번 설 연휴를 전후로 이 문제와 관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소액부징수 여부를 판단하는) 시기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과 관련해 국세청과도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기획재정부 등과의 추가 논의를 거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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