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가 올해까지 4년 연속 10조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돈을 더 풀라’는 요구가 이어지는 터라 올해 적자 규모가 100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흑자였던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12조 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듬해 코로나19 여파로 재정지출이 늘면서 적자 규모가 71조 2,000억 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지난해(11월 기준)에도 22조 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 편성 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54조 1,000억 원으로 추산했는데 최근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2022년 1차 추경)을 마련하면서 적자 규모가 68조 1,000억 원까지 늘 것으로 봤다.
올해 적자 폭이 정부 예상을 웃돌 가능성도 다분하다. 추경안 심의를 맡은 여야가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35조 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월 대선 이후에는 신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대규모 추경이 다시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추경 규모 확대나 대선 이후 추가 추경 등으로 지출이 30조 원 넘게 늘어날 경우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재정수지는 중앙정부의 당해연도 순수한 수입에서 순수한 지출을 차감한 수지다. 한국이 통합재정수지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4년 연속 10조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휘청일 때도 통합재정수지는 적자였으나 연속 기간이 3년으로 이번보다 짧았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IMF 위기 때보다 더 많은 적자를 감당하며 나라 살림을 꾸렸다는 의미다.
문제는 반복되는 재정지출이 가뜩이나 빠른 속도로 오르는 대출금리와 물가를 더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재원 상당분을 국채를 통해 조달하는데 시장에서 이를 소화하지 못하다 보니 국채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1.953%이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튿날 정부가 1차 추경의 윤곽을 밝히자 21일 2.132%까지 올랐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오르고 이어 대출금리가 오르게 된다. 정부 씀씀이가 늘수록 나라 살림뿐 아니라 가계와 자영업자 등 국민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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