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특정 집단을 만나거나 지방을 순회하면서 경쟁적으로 복지·개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눈덩이 커지듯 규모가 늘더니 벌써 약속한 현금성 지원 금액은 두 후보 모두 200조 원 안팎에 달한다. 여기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수도권 GTX 신설·연장, 지방 공항 신설, 고속철 연장 또는 신설, 도로 지하화 등의 개발 공약까지 더하면 비용은 연산할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서울경제가 25일 양대 정당 후보가 약속한 현금 지급 공약을 점검한 결과 이 후보가 최대 197조 원, 윤 후보가 최대 206조 9,000억 원을 사실상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가 이날까지 공개 석상에서 발표한 공약과 발언 가운데 조 단위를 넘어가는 코로나19 지원과 복지 지출만 분류한 수치다. 세세한 것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는 얘기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이·윤 후보가 내놓은 공약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3년 출범 때 밝힌 공약 이행 비용은 134조 8,000억 원이었다. 복지 확대를 내건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4월 공약집에서 이행 비용을 178조 원으로 제시했다. 현금성 지원과 개발 공약을 포함한 액수인데도 이·윤 후보가 밝힌 현금성 지원 규모를 밑돈다. 코로나19 지원금은 아이(아동수당)부터 청년(청년기본소득), 어른(장년기본소득·기초연금인상) 할 것 없이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 살포를 약속하고 있다. 여기에 공공주택 100만 가구 건설(이재명), GTX 3개 노선 신설(윤석열)은 물론 가덕도·대구·서산공항 등 개발 공약까지 포함하면 공약 이행 비용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포퓰리즘 공약에 유권자들이 둔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서울경제·선거학회의 대선 기획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박선경 인천대 교수는 “공약의 ‘반복·경쟁·결집’이 함께 진행되면서 포퓰리즘 공약에 유권자들이 익숙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공약들은 대부분 다음 정부에서 소요 비용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포퓰리즘을 이길 정책이 없다고 판단하고 표만 얻겠다는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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