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 만에 다시 발간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동산 시장 보고서가 예전보다 무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에 불리하거나 정책에 대한 비판 부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해 날카로운 맛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KDI가 펴낸 ‘2021년 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에는 “최근 주택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주택매매가격이 완만한 하락을 예상한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우선적으로 담겼다. “서울 아파트 임대갱신계약 비중이 신규계약 비중을 상회한다”는 등 정부 정책을 옹호·홍보하는 내용도 앞부분에 담겼다.
반대로 지난해 부동산 정책이 ‘낙제점’을 받은 부분이나 그간 문재인 정부에서 20차례가 넘는 규제 일변도의 금융·세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등 현 정부에 불리한 이야기는 보고서의 요약 부분에 실리지 않았다. 보고서를 보면 교수·연구원·금융기관 및 건설사 종사자 등 경제·부동산 전문가 503명 중 매매시장에 대해서는 58.6%, 전세시장에 대해서는 68.2%가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이 시장안정 효과가 ‘낮다’고 평가했다.
주택 매매시장 및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현 정부에서 도입한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매매시장과 관련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가장 많았다. 세제와 관련해서도 양도소득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3%에 달했다. 양도세를 완화해 매물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취득세와 보유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각각 53%, 43%로 ‘현행 유지’, ‘강화’ 등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처럼 현 정부에 불리한 부분이 뒤로 빠지게 된 데는 친여 성향인 홍장표 KDI 원장의 영향이 적지 않았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사나운 ‘부동산 민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보고서의 톤을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 동향 보고서는 지난 2016년 중단됐지만 홍 원장이 ‘부동산연구팀’을 부활시키면서 6년여 만에 다시 발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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