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코스닥지수가 동반 급락하자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공매도에 적극적인 외국인이 거래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증시 거래 대금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어 ‘외국계 쇼트’ 자금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 공매도 거래 대금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7.29%에 달했다.
외국인의 공매도 점유율은 17일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 1월 14일까지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대금 점유율은 이달 6~7일을 제외하면 50~60%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비율은 17일 74.01%까지 늘어나며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대금도 증가 추세다. 외국인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은 지난해 8~11월 4000억 원대에 머무르다 12월 3717억 원으로 줄었으나 이번 달 들어서는 5108억 원으로 전월 대비 37.4% 증가했다.
이는 최근 코스피지수 동향과 관련이 깊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초부터 14일까지 2900선에 머물러 있었는데 17일부터는 2800대까지 내려오다가 급기야 2600선까지 밀린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통화 긴축 스탠스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데다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진행으로 수급 공백이 오랜 기간 이어지는 등 국내 증시를 둘러싼 비우호적 여건이 지속되면서 외국인을 필두로 공매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은 공매도 활용에 있어서 오랜 기간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며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 주가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는 외국인의 이러한 공격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표출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 공매도 거래 대금 변화와도 연결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증시 전체 거래 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 비율이 높을수록 공매도의 ‘시장 영향력’이 크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지난해 7월에는 코스피·코스닥 거래 대금 중 공매도 거래액의 점유율은 1.89%에 불과했는데 이번 달은 3.56%까지 급증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12월(2.47%)보다도 44%나 높은 수치다. 국내 코스피·코스닥 거래액 중 외국인의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12월 1%대를 유지했으나 이번 달에는 2.48%까지 불어났다.
증시 약세로 공매도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금융 당국에서는 ‘전면 재개’를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공매도 전면 재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2020년 3월 전면 금지됐다가 지난해 5월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됐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25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거시 경제 여건이나 시장 상황을 종합해 공매도 재개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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