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1년 8개월만에 하락했다. 몇년 간 이어진 집값 급등세에 따른 피로감과 금리인상, 그리고 대출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서울이 하락장에 진입하면서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수세가 얼어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통계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지난주 0.01%에서 이번주 -0.01%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 넷째주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다. 전체 25개 자치구 중 절반에 달하는 11개 자치구에서 집값 하락이 관측됐다. 보합을 기록한 자치구도 6곳에 달하는 만큼 ‘하락’ 자치구는 추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패닉바잉 수요가 집중된 바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지역에서 하락세가 두드려졌다. 서울에서 하락폭이 가장 큰 지역은 -0.03%를 기록한 강북구와 노원구였고, 도봉구도 -0.02%를 기록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이 적체되고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는 가운데 강북구는 미아동 대단지 위주로, 노원구는 상계·중계동 위주로, 도봉구는 쌍문·방학동 구축 위주로 하락거래가 발생했다"며 “강북 14개구가 -0.01%로 하락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군이 하락으로 전환된 것도 1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강남권에서도 관측됐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이번주 들어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장에 들어섰다. 지난주 0.02%의 변동률을 기록한 송파구는 이번주 들어 보합으로 돌아섰고, 2주간 보합세를 유지하던 강동구는 -0.01%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서초구는 0.03%에서 0.01%로, 강남구도 0.02%에서 0.01%로 상승률이 떨어지며 보합세에 한발짝 가까워졌다.
천정부지도 오른 서울 집값에 경기·인천권으로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동반 상승한 바 있는 수도권도 2년5개월 만에 보합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경기의 경우 45개 시·구 중 용인 수지구(-0.03%)를 비롯한 4곳이 하락으로 전환됐고 의왕(-0.03%) 등 9곳에서 하락폭이 확대되며 경기 전체가 보합으로 전환됐다.
매매 뿐 아니라 전세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0.02%) 지난 2019년 8월 첫째주 이후 약 2년6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됐다. 서울도 2년7개월 만에 0.00%를 기록하며 보합세를 보였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전세 문의가 줄어든 가운데 대출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매물이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서울에서는 노원구(-0.04%)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전세 수요가 높은 강남4구도 이번주 들어 보합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송파구는 이번주 들어 -0.01%로 하락했고, 강동구는 보합, 서초·강남구는 0.01%를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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