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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규제 리스크 겹쳐 外人 탈출…코스닥 올 하락률 '세계 1위'

■ 금융시장 패닉…파월發 긴축 쇼크에 증시 휘청

코스피 14개월만에 최저…美 긴축 신호에 투심 얼어붙어

중대재해법 등 규제도 기업 불확실성 키워 우량주 매력 뚝

유가도 100弗 눈앞…"당분간 변동성 커 방어적 대응 필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열린 코스피 신규 상장 기념식에서 증시 데뷔를 알리는 북을 치고 있다. 올해 최대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공모가 대비 68.3% 오른 50만 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권욱 기자




코스피에 ‘패닉셀링(공포에 의한 투매)’이 덮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자산 매입 축소, 금리 인상, 양적 긴축) 우려가 재확산한 탓이 크다. 미국발 금리 상승과 금융 긴축이 한국 경제에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는 비관론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세계경제의 신호등인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 폭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뚫으면서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1주일 동안 무려 3조 원이 넘는 투매로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는 외국인들의 경우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국내 기업을 옥죄는 규제까지 잇따라 시행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코스피지수는 하루에만 3.5% 급락하며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한 달 만에 무려 397.94포인트가 빠진 것으로 코스피지수가 2600대까지 밀려난 것은 지난 2020년 12월 3일(2696.22) 이후 처음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긴축 속도를 높이겠다고 한 점이 악영향을 미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조건이 무르익는다면 오는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면서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조기에 여러 차례 올리더라도 고용시장에는 타격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저금리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신호가 시장에 전해지면서 국채금리도 대폭 뛰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85%를 기록해 전날보다 0.07%포인트 급등했다.

연준이 ‘양적 긴축’이라 불리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위한 별도의 원칙을 설명한 자료를 내놓은 것도 투자자들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준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대차대조표를 상당한 규모로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6월부터 월 1000억 달러씩 보유 자산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코로나19 이후 푼 달러를 빠른 속도로 거둬들이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등에서는 주가와 통화 가치가 급락하게 된다. 실제 미국의 조기 긴축 신호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을 돌파한 것이 코스피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원 10전 오른 1201원에 개장해 한때 1203원을 웃돌기도 했다. 환율이 12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10일(1201원 50전)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점 역시 환율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6.4선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의 수급 이탈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원화 환전을 통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경우 원화 약세 시 그만큼 환차손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를 끌어내리고 있는 주역인 외국인은 최근 1주일 동안 3조 원 넘는 규모를 팔아치웠다.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1조 6373억 원, 3645억 원을 팔아치웠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국내 기업을 옥죄는 제도들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는 점 또한 국내 우량주에 대한 매력도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긴축에 대한 경계감에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시 변동성도 비대칭적으로 커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환율 상승 압력이 빈번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유가마저 배럴당 100달러를 눈앞에 두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7년 만에 장중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연준이 긴축을 더 서두를 명분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연쇄적인 패닉셀링이 과민하다면서도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라는 국내 고유 악재와 설 연휴로 인한 관망세가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편입을 위한 주요 수급 주체 간 수급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다음 주 국내 장기 연휴 돌입에 따른 국내 고유의 연휴 악재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의 악순환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수에 반영되는 시점에 코스피 하단을 좀 더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낮아질 코스피 장부가를 고려하면 후행 추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해당하는 구간은 2450포인트 내외로 추정된다”며 “장부가 레벨 도달 전까지 방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시장 상황”이라고 짚었다.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을 노려볼 만하다는 의견 또한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600선은 단기 기술적 반등을 노려볼 만한 지수대”라며 “1차 반등 목표는 하락 폭의 50% 되돌림 수준인 2800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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