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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짜다? 달라진 M&A 광폭 행보 [임세원의 친절한IB씨]

미니스톱 인수 3주 만에 성공

사모펀드 손잡고 솔루스첨단소재·한샘 인수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저울질





“미니스톱 인수, 추진해주세요”

롯데 그룹 임원진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건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소는 일본. 시기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듬해 1월 4일 예정한 본입찰을 3주 남짓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일본 출장 중이던 신 회장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롯데는 미니스톱 본입찰로 직행합니다. 그 전까지 예비 입찰은 물론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기관 조율이나 인수를 위한 검토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결과는 본입찰에 참여했던 신세계(이마트24)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넵스톤 홀딩스를 제친 롯데의 승리입니다. 롯데는 2018년 인수를 추진하던 때 보다 1,000억 원 가량 낮은 3133억 원에 미니스톱을 샀습니다. 이마트24는 물론 나머지 편의점 업계 4위권과 격차를 벌린 3위로 안착했습니다. 롯데는 편의점을 거점 삼아 1인 가구를 위한 신선식품, 근거리 배달, 전기차 충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미니스톱은 편의점 업계 5위에 불과하지만, 자체 먹거리가 강점이었습니다. 식품 기업 롯데를 만나면 더 좋아질 수 있을까요


친절한IB씨 오늘은 롯데그룹의 인수합병(M&A)행보를 살펴봅니다. 롯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보수적이다. 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이 많으실텐데요. 과감한 베팅이 난무하는 M&A업계에서 롯데는 그다지 주목 받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업계 이커머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신세계 등 경쟁자에 비해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지요.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올랐고, 롯데는 중고나라에 투자하며 엇갈린 행보를 보였습니다.

서울 한남동 구찌 가옥을 찾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입니다. 자켓이 눈에 띄지만, 롯데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저 운동화를 알리고자 했습니다/사진제공=롯데그룹


하지만 조금씩 롯데의 투자 행보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2020년 7월 솔루스첨단소재(두산솔루스의 후신)가 시작인데요. 롯데정밀화학은 3000억 원을 사모펀드(PEF)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7000억원 규모인 인수에 참여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롯데정밀화학은 솔루스첨단소재 지분 22%를 확보한 셈이 됩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차 전지 소재인 전지박을 생산합니다. 롯데와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한 직후 2700억 원을 투자해 증설했고, 올해부터 전지박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납품처가 글로벌 배터리 2위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입니다.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에 있는 솔루스첨단소재 공장 바로 건너편에는 비슷한 시기 1100억 원을 들여 지은 롯데알미늄 공장이 있습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음극재용 전지박을 생산하고 롯데알미늄은 양극박을 만듭니다. 둘 다 2차 전지의 방식이 어떻게 바뀌든 꼭 필요한 소재라는 점에서 롯데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이는 영역입니다. 이 곳에는 롯데첨단소재의 생산 공장이 있어서 롯데그룹이 소재 사업 전진 기지로 키울 계획입니다.

헝가리에 있는 솔루스첨단소재 전지박 공장입니다. 두산그룹이 8년을 품고 있다가 성장하기 직전 구조조정 때문에 넘겨야 했던 아픔이 있지요./사진제공=솔루스첨단소재


사모펀드를 통해 일단 찜 해 놓고, 회사를 키운 뒤에 최종 인수하는 방식도 롯데 그룹에서는 첫 시도였습니다. 곧바로 전체 회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경영에 어느 정도 개입할 만큼 투자해 놓으니 경쟁자가 갈 가능성도 줄일 수 있습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곧이어 한샘 인수에도 같은 방식을 씁니다.

롯데그룹은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가구 업계 1위 한샘을 인수합니다. 1조 5000억 원의 인수금중 IMMPE는 4000억원, 롯데는 3000억원 나머지는 외부 기관투자자 투자금으로 메웠습니다. 지분 투자에서 엇비슷한 규모인만큼, 수년후에 롯데가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큽니다. 당시에는 인테리어 자재 사업을 하는 LX그룹이 경쟁했고, 막판에는 코웨이를 인수했던 넷마블까지 나설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인수 협상은 롯데가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어느 누구도 독점협상권이 없었기에 롯데와 LX가 서로 이사회를 열고 공시로 인수 추진을 알리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롯데그룹은 이런 대형 매장에 가전과 가구를 함께 배치해 소비자를 끌어모으겠다는 복안입니다. 이미 배치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사진제공=한샘


롯데는 한샘에 투자한 후 백화점, 마트 등 롯데 유통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거점 매장에 가구와 가전을 함께 전시한다는 것이지요. 가전이 점점 가구처럼 인식되고, 인테리어 열풍이 불면서 가전과 가구를 한꺼번에 바꾸는 소비 경향에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IMM이 한때 한샘 공동 인수를 위해 삼성을 찾아간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겁니다.

롯데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는 바이오와 헬스케어 입니다. 롯데는 엔지켐생명과학에 지분 투자를 논의했지만 최종 결렬됐습니다. 삼성·SK 등 다른 대기업의 공격적인 행보에 비해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헬스케어에서는 건강기능식품 분야를 노리고 있는데요. 롯데는 2017년 인수한 보바스병원을 기초로 롯데호텔 역량을 더해 최고급 노인 주거 시설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노인 건강식 사업도 여기에 필요하겠지요. 다만 국내 건기식 시장은 ‘식품’ 업종인데도 불구하고 전문적 이미지를 앞세운 제약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언제나 한 발짝 느린 듯 하지만 영리한 선택을 하겠다는 롯데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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