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 비밀 하나 공개할게요. 지구용 레터 정식 론칭에 앞서 베타 버전 1, 2호가 존재했어요. 시험판이라 내부에만 공유한 레터에요. 그 중에서도 맨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베타 1호의 주제가 뭐였는지 아세요? 바로 스팸 뚜껑이에요. 필요 없는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플라스틱을 감축한다는 기업들의 약속을 오래오래 지켜보겠다는 결기(?)가 담긴 내용이었죠. 제대로 된 로고도 없고, 일용이 일러스트도 지금이랑 다르지만(그때나 지금이나 귀엽긴 함)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링크 남길게요.
갑자기 베타 1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바로, 설 명절이 돌아왔기 때문이에요! 해마다 명절이면 과대포장 문제가 이슈가 되곤 하잖아요. 많은 유통 업체들이 1~2년 전부터 과대포장을 줄이겠다고 공언해 왔고, CJ제일제당은 심지어 명절 선물에서만큼은 스팸의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100% 없애겠다는 약속도 했어요. 과연 그 약속 얼마나 지켰는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내년도!) 지구용과 함께 확인해볼까요?
스팸 뚜껑 ‘거의’ 다 없어졌어요
100% 없어졌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지만 아직 조금 남았어요(ㅠㅠ). 우리에게 익숙한 사이즈인 200g 스팸은 뚜껑을 다 없앴는데, 이보다 작은 120g 스팸은 뚜껑을 아직 사용해요. 이것 역시 딱히 중대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보기 좋으라고 씌워둔 거에요. 120g 스팸은 선물세트에 넣을 때 뚜껑이 정면에 보이도록 넣거든요.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알루미늄캔 뚜껑 보다는 로고가 잘 보이는 플라스틱 뚜껑을 씌우는 게 보기 좋다는 이유(...)에요.
그래도 올해 추석에는 120g 제품에서도 뚜껑을 뺀다고 하니 그땐 정말 100% 뚜껑 없는 스팸 선물세트를 기대해 볼게요. (물론 선물세트가 아닌 일반 제품에서도 어서 빨리 플라스틱 뚜껑이 사라져야겠죠?) 이 외에 CJ제일제당은 선물 트레이를 종이로 바꾼 ‘포장이 가벼운 스팸 선물세트’ 2종을 내놨어요. 이런 노력을 통해 감축한 플라스틱은 이번 설에만 387톤. 참고로 스팸 선물을 고르실 때 플라스틱 뚜껑이 없는 걸 원한다면 사진처럼 포장재 오른쪽 상단에 'No cap for us'라고 적힌 걸 고르시면 돼요!
과일 바구니도 플라스틱 트레이도 종이로
롯데푸드는 플라스틱 트레이와 캔햄의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하고 대신 친환경 종이로 만든 선물세트를 내놨어요. 이를 통해 올해 설 33톤의 플라스틱을 줄였고요. 동원F&B는 부직포 가방을 없애고 종이 쇼핑백에 담은 ‘올페이퍼 패키지’를 내놨어요. 과일 바구니도 변신 중이에요. 신세계백화점은 재활용이 어려운 라탄 과일 바구니 대신 종이와 마 소재로 바구니를 제작했어요. 와인을 담을 수 있는 마 소재의 전용 에코백도 선보인다고 하네요. 홈플러스는 플라스틱 완충재 대신 종이 완충재를 사용한 친환경 과일 선물세트를 내놨어요. 이를 통해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1톤이에요. 기업이 움직이니 감축하는 플라스틱 무게의 단위가 다르죠?
하.지.만 여전히 시작에 불과해요
지난 20일 에디터가 찾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기분 탓인지 몰라도 예전보다 플라스틱 트레이 크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 진열된 모든 선물세트는 분리배출이 어려운 부직포 가방에 넣어준대요. 캔햄에 씌워진 플라스틱 뚜껑도 여전하죠? 인근의 한 백화점에 가봤더니 과일 선물세트에 종이 트레이를 적용한 걸 확인할 수 있었지만 완충재는 여전히 분리배출이 안돼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 발포 플라스틱을 사용했더라고요. 많은 회사들이 신경쓰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바꿔야할 게 산더미처럼 많아요.("명절 지나자 쓰레기 대란", "식품사들의 플라스틱 줄이기는 반짝 이벤트?")
조금만 더 변화에 속도를 낼 순 없을까요? 기업들이 더 빨리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도록 하려면 소비자인 용사님들의 목소리가 정말정말 중요해요. 올해 설엔 사람에게도, 환경에도 기분 좋은 명절 선물 깐깐하게 골라보세요. 지난 추석에 만들었던 '포장까지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선물' 콘텐츠 링크 남겨둘게요. 아마 올해도 비슷한 상품, 행사를 진행할테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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