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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긴축의 공포…그래도 메타버스 기차는 간다[선데이 머니카페]

빅테크가 운전대 잡은 메타버스 세계

MS의 82조 베팅이 테마 다시 불지펴

미국발 긴축 공포에도 성장 기대감 활횔

가상 세계 구현할 반도체·하드웨어

삼성전자, LG이노텍 수혜주 매력 부각





"메타버스에 스치기만 해도 오른다." "메타버스 코인에 올라타라."

지난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테마는 '메타버스'였습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가상세계와 현실이 뒤섞여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세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에 제약이 커지면서 기업과 소비자를 빠르게 파고들었습니다. 관련주로 묶인 종목들은 동·서를 가리지 않고 급등세를 탔죠.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불거지자 메타버스 테마의 기세는 한풀 꺾이는 듯 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돈줄을 조이면서 대표적인 '성장주'인 메타버스 관련주들의 투자심리가 나빠진 탓이었습니다.

그러나 분위기가 반전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18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IT 업계 사상 최고액인 687억달러(81조9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최대 게임 개발 업체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자, 메타버스 세계도 들썩였습니다. 이번 인수가 단순한 게임사 인수가 아닌 메타버스 확장을 위한 베팅인 만큼 게임·메타버스·NFT(대체 불가능 토큰) 테마의 반등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졌기 때문이죠. MS가 지른 들불이 올해 증시에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요.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 알아봤습니다.

메타버스 올라탄 MS…무엇을 노렸나


MS가 인수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을 출시한 블리자드와 콜오브듀티를 내놓은 액티비전이 2008년 합병한 게임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달 4억명이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을 즐기죠.

MS의 과감한 베팅에는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명확한 의도가 있습니다.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분야가 게임이라는 것이죠. 당장 MS가 블리자드를 자회사로 추가함으로써 기존의 X박스 부문을 통한 가상현실(VR) 서비스를 확충해 최근 메타의 오큘러스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며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3차원 가상회의 서비스 ‘팀즈용 메시’ /MS


미국의 조기 긴축이 현실화하면서 조정을 받았던 국내 메타버스 관련주들은 MS의 인수 소식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인수 소식이 알려진 이튿날 위지윅스튜디오는 전일 대비 5.56% 오른 3만325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노뎁(+4.09%), 자이언트스텝(+4.57%), 맥스트(+8.94%) 등 메타버스 관련주가 모두 상승 마감했습니다.

김중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이번 딜은 메타버스라는 큰 틀에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게임(B2C)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B2B) 모두를 장악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인 결단으로 파악된다"며 "게임 산업 관점에서도 전반적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도체 비롯한 하드웨어 업체도 '들썩'


메타버스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착각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기가 대표적이죠. 메타버스가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수요도 폭발적으로 불러 모으는 배경인 셈입니다. 증강현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마치 원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입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 부품이 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죠. 이 반도체의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은 "반도체 사업의 미래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메타버스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반도체 없는 가상 세계도 없고 메타버스도 없는 것이죠. 엔비디아의 주가가 지난해 125%나 폭등한 것도 이같은 까닭입니다.

TSMC, 삼성전자(005930)와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에게도 메타버스는 호재입니다. 메타버스는 엄청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고도의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칩들이 필요합니다. 현재 이 분야 기술은 TSMC와 삼성전자, 그리고 인텔만이 확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관람객이 VR 관광 키오스크를 체험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에서 LG이노텍(011070)도 수혜주로 꼽힙니다. LG이노텍은 3D 입체 영상 구현을 위한 필수 부품(3D 센싱 카메라, ToF 모듈) 분야에서 발군인 회사죠. 특히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광학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MS가 글로벌 게임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게임 콘텐츠 기반의 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LG이노텍은 MS와 최근 MOU를 맺은 바 있어 핵심 부품을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 LG이노텍의 수익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기 자금도 풍부…정부 지원에 날개달까


올해 들어 증시 날개가 꺾이는 와중에도 메타버스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식지 않고 있는 점도 긍정적입니다.지난해 12월 22일 동시 상장한 글로벌 메타버스 ETF 4종에는 출시 일주일 만에 1400억원이 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렸습니다. 순자산은 3000억원을 넘겼습니다. 지난해 말 최고가를 기록한 뒤 10% 이상 조정을 받으며 주춤한 모습이지만, 메타버스와 NFT는 여전히 올해 가장 관심이 높은 ETF 테마로 꼽힙니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차세대 핵심 성장 부문으로 삼고 전략적으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는 올해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유망 테마”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메타버스 산업 육성의지도 힘을 보탰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2026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5위를 목표로 올해 556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문 인력 양성과 전문기업을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입니다.

예고된 긴축의 시대에도 메타버스 세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강해보입니다. 테마가 마른 증시에서 돈과 기술을 빨아들이는 메타버스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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