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가 명품 '오픈런' 현상에 속앓이를하고 있다. 매일 새벽부터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대기자들로 백화점 이미지 관리가 어려워진 데다 치열한 자리 싸움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오픈런을 막기 위한 전일 예약제와 추첨제 등의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을 뜻하는 '해외유명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3%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6.7%)와 비교해 6%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유명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4.5%에서 지난해 5.5%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에서 전년 대비 매출 구성비가 늘어난 카테고리는 해외유명브랜드와 음식배달이 포함된 서비스·기타 2개다.
백화점에서 명품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풀이된다. 해외로 빠져나가던 명품 수요가 국내에 발이 묶이며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백화점에서 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38%나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백화점 전체 매출도 24% 늘었다.
그럼에도 백화점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낙수효과를 바라고 명품을 유치했지만, 오픈런을 돈벌이로 활용하는 구매대행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체리피커'(Cherry Picker)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명품 구매대행업체 관계자는 "새벽 1~2시부터 백화점 앞에 줄을 서는 명품 구매자들의 절반 이상은 '업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의 경우 매출이 늘어날수록 자릿값 명목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의 한 백화점에 입점한 루이비통의 수수료가 0원이라는 소문이 나돈 것도 이 때문"이라며 "명품 브랜드로부터 백화점이 얻는 마진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사고도 우려된다. 일부 백화점은 줄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오전 10시 30분 정각 정문이 열리자마자 수백명이 한 곳으로 뛰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달 중순에는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에 백화점은 오픈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명품 글로벌 본사와의 협의가 어려워 난항을 겪고 있다. C 백화점 관계자는 "실적제나 추첨제 등 다양한 방안이 있겠지만 결국 명품 본사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롤렉스가 현대백화점 무역점과 본점에서 도입한 '전일 예약제'도 검토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두 매장에서는 오후 7시께부터 다음날 입장 예약을 40~50명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그 결과 새벽부터 이어지던 대기줄은 사라졌고, 예약을 위한 대기 시간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