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공무원 특공’은 사라졌고 아파트를 직접 매수하기엔 가격이 너무 올랐습니다. 저렴한 공무원 전세 임대라도 하나 얻는 게 현재 목표입니다”
현재 세종시 오피스텔에 반전세로 거주하는 한 사무관의 푸념이다. 급격히 뛴 세종시 집값에 직접 매입하기는 부담되고 ‘공무원 특공’이라는 주거 사다리는 사라졌다. 전셋값도 급등한 상황 속 대출마저도 묶여 전세 보증금 마련하기도 만만찮다. 현재 그는 10평도 채 안 되는 소형 오피스텔의 월세로만 40만~5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그마저도 보증금을 5,000만 원까지 올린 덕분이지 보증금 1,000만 원 수준으로 구하려면 월세만 60만 원 가까이 지출해야 할 판이다. 이마저도 얻으려고 하는 수요가 치열하다.
2일 서울경제의 취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세종시로 임관하는 신입 공무원들의 ‘주거’ 걱정이 심화하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6억 9,599만 원에 달했다. 조정장 속 가격이 하락했다지만 2년 전인 2019년 12월(3억 3,178)만 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공무원 특공이라는 주거 사다리 또한 끊겼다. 앞서 정부와 민주당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뜬금없이 세종시 아파트 ‘공무원 특별공급’을 폐지했다.
대출 규제 속 전·월세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행정고시를 합격한 사무관 기준 지난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1억 3,000만 원 가량의 ‘마통’을 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신용대출을 규제하면서 대출 금액은 5,000만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존 사무관들은 전세 대출에 ‘공무원 마통’을 얹어 2억~3억 원 가량의 전세를 얻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그마저도 어렵게 된 것이다. 실제로 뒤늦게 들어온 상당수의 신입 공무원들은 ‘부모 찬스’를 쓰지 않는 이상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반전세’를 전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의 근본적인 설계 또한 신입 공무원들의 ‘주거난’을 심화시킨다. 신도시로 설계된 세종행복도시 내에는 다세대·다가구주택, 이른바 ‘빌라’가 없다. 서울과 같은 구도심의 경우 다가구 원룸이 주로 사회 초년생의 보금자리로 쓰인다. 비록 주거환경이 열악하지만 그만큼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시의 경우 빌라가 없는 만큼 보다 가격이 비싼 오피스텔·아파트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아파트의 경우 상당수가 중소형 이상의 크기인 만큼 사회 초년생들이 임차하기에는 임대료가 부담된다. 주거비가 부담되는 경우 20분 마다 오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읍·면 단위의 빌라로 빠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세종시(동) 내 주택 10만 1,509가구 가운데 아파트가 10만 801가구(99.3%)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아파트 중에서도 전용 60~85㎡의 중형 가구가 4만 4,807가구로 가장 많았고 전용 100~130㎡의 대형 가구가 1만 2,699가구로 뒤를 이었다. 40㎡ 이하의 소형 가구는 9,068가구에 그쳤다. 새로이 분양되는 아파트 또한 가장 작은 평형이 전용 84㎡인 등 중대형 주택 위주로 공급되는 상황이다.
반면 전입해 오는 신입 공무원들에 의해 세종시 내 1인 가구 수는 급증하는 모습이다. 세종시 내 1인 가구 수는 지난 2015년 2만 1,889가구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4만 3,577가구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40세 미만 젊은 1인 가구의 경우 같은 기간 1만 1,840가구에서 2만 946가구로 늘어났다. 부족한 공급 속 세종시의 임대료는 전국 상위권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세종시의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92.6%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이에 세종에서 남아도는 상가 건물을 주거용 건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세종시의 중소형 상가 공실률은 12.4%로 전국 시·도에서 가장 높다. 여기에 아직도 여타 생활권이 개발 중인 만큼 공급 예정인 상가의 수 또한 상당하다. 주요 상업용 부지 또한 ‘공터’로 놀고 있는 곳 또한 상당하다. 토지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 등으로 통해 1인 가구가 거주할 소형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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