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체거래소(ATS) 출범이 일러야 오는 2024년 상반기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금융 당국이 인가 심사 기준을 발표하고 증권사들도 예비인가 신청에 나서며 설립 속도를 올릴 계획이지만 없던 길을 새로 닦는 작업이라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설거래소 출범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이를 명분 삼아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한국거래소는 10년간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ATS 인가 심사 기준을 올 상반기 내 발표할 방침이다.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국내 6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가 참여하는 ATS설립검토위원회도 상반기 중 예비인가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실제 출범은 빨라야 2024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준비 법인 출범, 본인가 심사 등 이후 과정이 산적해 있고 거래 오류는 자칫 시장 실패라는 심각한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어 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TS설립위 관계자는 “예비인가 이후 실제 출범까지는 20개월 정도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연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 심사 기준 마련이 쉽지 않으며 언제 출범할 수 있을지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의 반대 민심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이달 4일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금융위와 일부 금융자본이 추진하는 ATS 설립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ATS 설립이 10년 가까이 공회전하면서 웃는 것은 한국거래소다. 비록 시장 파이를 뺏어가지만 한국거래소 입장에서 ATS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 거래소 설립을 전제로 지난 2015년 공공기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2009년 한국거래소는 법률상 독점성을 근거로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복수의 거래소 출현이 가능해지면서 민간기업으로 되돌아갔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감사원의 감사, 예산 사용 등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줄었지만 ATS 설립이 늦춰지면서 지금껏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ATS 출범 가시화로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 재지정’이라는 무거운 논란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ATS에 성장 견제구를 던지며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ATS는 청산결제·시장감시 등 한국거래소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이에 대한 비용 분담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ATS 설립에 나선 증권사들은 수익이 아닌 점유율 15%를 넘겨 정규 거래소로 승격돼 한국거래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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