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중단을 예고한 가운데 올해 국방비 편성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또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전년보다 30% 이상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경제건설과 과학기술, 교육 등의 예산은 증가율이 미미했다.
북한은 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에서 전년 예산을 결산하고 올해 예산을 심의·의결했다. 고정범 북한 재정상의 예산 보고를 살펴보면 북한은 올해 국방비 예산을 총액의 15.9%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북한은 단거리에서 중거리,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국방력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금액의 확연한 증가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준만 유지해도 국방에 투입하는 금액은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 들어 7차례 미사일 실험을 단행한 것처럼 국방비 편성의 현상유지만으로 군사력 강화 추세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올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도 지난해보다 33.3% 늘렸다.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 등이 유행하면서 방역 강화에 한층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 예산에도 반영된 것이다. 북한은 국제보건기구(WHO) 집계상, 공식적인 코로나19 감염자와 백신 접종자가 모두 0명이다.
반면, 경제건설과 과학기술, 교육 등에 대한 예산 증액은 미미했다. 북한은 경제건설 관련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2% 늘렸다. 지난해 인상률(0.6%)보다 증가했지만,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경제건설 부문 예산을 매년 5% 안팎으로 증액시켜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 사업으로 강조했던 과학기술과 교육 분야 예산도 증가율이 각각 0.7%, 2.6%에 그쳤다. 이는 방역 관련 예산이 크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증액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밖에 문화 부문은 0.3%, 체육은 0.8% 상승했다.
지난해 예산에 대한 결산과 평가도 이뤄졌다. 고 재정상은 지난해 결산과 관련 자연재해 등 변수에도 “국가 경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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