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쇼트트랙에서 나온 중국의 텃세 판정을 ‘스포츠판 대법원’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가져간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7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나온 편파 판정에 대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하는 동시에 CAS에 제소하겠다고 8일 밝혔다. 한국 선수단장을 맡은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다시는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IOC 위원인 이기흥 체육회 회장과 유승민 IOC 선수위원을 통해 바흐 위원장과의 즉석 면담을 요청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동석한 최용구 국제빙상연맹(ISU) 국제심판은 “심판 판정이 오심을 넘어 고의적인 것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ISU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의 판정 항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주심이 비디오 심판과 함께 사건을 다시 한번 검토했고 자신의 최종 결정을 고수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우리나라가 올림픽 기간에 CAS까지 가는 것은 2004 아테네 하계 올림픽 당시 체조 양태영 사건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가산점을 적게 준 심판의 오심을 인정받기는 했으나 판정이 번복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도 판정 번복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적극적인 항의와 재발 방지 촉구로 상심한 선수단에 사기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CAS는 보통 승부 조작이나 심판 매수 등이 아닌 이상 오심은 번복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체육회는 이날 ‘긴급 회견’ 형식으로 나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지만 정작 회견장에 영어 통역도 두지 않는 등 허술한 준비로 뒷말을 낳았다. 한 외신 기자는 “어떻게 알아들으라는 것이냐”고 체육회에 항의하며 회견장을 나가 버렸다. 석연치 않은 판정에 많은 해외 매체가 공감하는 만큼 이슈를 세계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었지만 준비 부족으로 기회를 날린 셈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논란의 판정에 대해 “경기가 끝나자마자 체육회 회장, 선수단장 등과 모여서 대응 논의를 했다. 대화 중에 격양돼 ‘철수까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황 장관은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고 하지만 이걸 기록으로도 남겨야 한다”며 “제소를 하면 판정하는 사람이 긴장감을 갖고 앞으로 더 세심하게 보겠다는 생각도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쇼트트랙은 9일 황대헌·이준서·박장혁이 출전하는 남자 1500m에서 첫 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황대헌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을 옮기며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마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아보고 그 벽을 이겨 내라’는 내용이다. 1000m 준준결선에서 중국의 우다징과 부딪쳐 왼손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박장혁은 11바늘을 꿰맨 뒤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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