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면 클수록 좋다’는 가전 트렌드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을 휩쓸고 있다. 그간 OLED TV는 액정표시장치(LCD) TV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70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보다는 50~60인치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팬데믹을 계기로 OLED TV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초대형 제품까지 OLED 대중화에 따른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9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OLED TV 가운데 초대형 제품(70인치 이상, 대각선 길이 약 178cm)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옴디아는 금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초대형 제품 비중이 연말까지 21.3%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수치는 전체 TV시장에서 초대형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과도 큰 차이가 없어 OLED TV 시장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OLED TV는 뛰어난 화질과 시청 편의성이 강점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탓에 대세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13년 OLED TV가 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 LG전자(066570)가 정한 55인치 TV 가격은 1100만원에 달했다. 적은 물량을 시범적으로 내놓았기에 판매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OLED TV 시장이 점점 넓어지면서 제품 판매가격은 소비자가 지갑을 쉽게 열 수 있는 수준으로 꾸준히 조정되고 있다. 현재 80인치 이상 OLED TV의 평균판매단가(ASP)는 700만원대로 거실 벽을 아우르는 초대형 TV를 선택해도 1000만원 이하다.
가격이란 걸림돌을 치워버린 OLED TV는 빠르게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초대형 제품은 그 선두에 서 있다. 3년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6.3%에 불과했던 70인치 이상 제품의 비중은 2020년 13.6%, 지난해에는 19.2%까지 확 높아졌다. 특히 초대형 제품 가운데 80인치 이상은 2019년 출하량이 200대에 그쳤지만, 2022년에는 10만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해 옴디아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초대형 제품 매출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65.5로 잡았다.
초대형 제품 시장은 기술력이 판세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OELD TV는 화면에 빛을 내는 유기물 소자를 균일하게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LCD TV보다 초대형 화면을 구현하는 기술이 훨씬 복잡하고 까다롭다. 따라서 초대형이면서도 고화질(8K)을 충족하고 디자인이나 폼펙터 측면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업체가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TV 업계는 ‘거거익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라인업 보강에 나섰다. 이 분야 선두인 LG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83인치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97인치 제품까지 추가로 선보였다. 이를 뒤쫓고 있는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TV 제조사들도 자국내 OLED TV 인기에 힘입어 70~80인치대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초대형 OLED TV 가운데 65%(수량기준)는 LG전자 제품”이라며 “연초에 선보인 세계 최대 97인치 올레드 TV를 내세워 초대형·초고화질 시청경험을 원하는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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