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지도 않은 추월에 실격 판정을 받았던 황대헌(23·강원도청)이 ‘분노의 질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7일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당한 페널티에 억울해 하는 대신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품고 곧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는 이틀 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2분 9초 21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했다. 함께 결선에 진출한 이준서(한국체대)는 5위, 박장혁(스포츠토토)은 7위로 마쳤다. 스티븐 뒤부아(캐나다)가 2위,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세멘 엘리스트라토프가 3위다. 중국은 1500m에서 논란의 금메달을 딴 런쯔웨이가 준결선에서 실격하면서 한 명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이 없는 결선에서 황대헌은 깔끔하게, 압도적으로 유감 없이 실력 발휘를 했다.
준결선에서 어드밴스를 받은 선수들이 대거 나오면서 무려 10명이 결선 레이스를 펼친 가운데 황대헌은 압도적인 질주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500m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11일 500m 예선에 나서 다관왕에 도전한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쇼트트랙 여자 계주는 이번에도 결선에 올라 통산 7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9일 여자 3000m 계주 준결선에서 4분 05초 904의 기록으로 캐나다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대망의 결선은 13일 오후 8시 44분에 시작된다.
김아랑(고양시청)-최민정(성남시청)-이유빈(연세대)-서휘민(고려대)순으로 이어 달린 한국은 초반부터 캐나다에 이어 계속 2위로 달리며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두 바퀴를 남기고 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 자리를 내줘 3위로 처졌으나 2018 평창 대회 2관왕인 에이스 최민정이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4위 선수가 필사적으로 밀어붙이는 장면도 있었으나 최민정은 팔을 몸에 붙인 채 끝까지 버텨냈다. 그리고는 한 바퀴를 남기고 아웃 코스를 노려 기어이 추월에 성공해 간발의 차로 2위로 골인했다. 최민정은 주먹을 불끈 쥐며 성취감을 만끽했다.
최민정은 평창 올림픽 때도 3000m 계주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당시 중국은 실격 처리됐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우리나라에 앞선 1조에서 2위에 올라 결선에 올랐다. 결선은 한국·중국·네덜란드·캐나다의 대결이다. 중국과의 대결이 볼만하게 됐다. 최민정으로서는 여자 500m에서 두 바퀴를 남기고 넘어져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던 아픔을 깨끗이 씻을 기회를 잡았다.
최민정은 여자 1000m에서도 이유빈과 함께 준결선에 진출했다. 준결선과 결선은 11일에 진행된다.
최민정은 준준결선에서 1분 28초 053의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1조 1위로 올라갔다. 최민정의 기록은 바로 다음 조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이 깼다. 5조 이유빈 경기가 극적이었다. 이유빈은 3위에서 중국의 장추퉁과 막판까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였다. 조 1·2위와 준결선에 직행하고 3위는 기록 상위 절반만 올라가기 때문에 3위면 위험했다. 하지만 선두의 킴 부탱(캐나다)이 결승선 바로 앞에서 혼자 넘어졌고 이유빈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6조의 김아랑은 3위로 마쳤지만 다른 조 3위 선수들에게 기록에서 뒤져 아쉽게 탈락했다. 중국은 한위퉁과 취춘위, 이유빈과 같은 조에서 3위를 한 장추퉁까지 3명이 준결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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