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익산박물관을 설계한 신수진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가 “공공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건축 분야에서야말로 선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뿐 아니라 이웃, 미래 세대까지 감동을 줄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이 아닌 공공에서 먼저 과감한 시도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발주한 다수의 건축물과 도시계획 설계 등을 맡아 공공 건축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좋은 공공 건축’을 묻는 질문에 “사용자들과 건축물의 이웃들에게 행복을 주면서 다음 세대의 사용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감동과 행복을 이어갈 수 있는 건축”이라고 했다.
특정한 ‘땅’에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삶의 공간을 디자인해야 하는 만큼 건축가는 지역과 도시·역사 등을 섬세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 대표는 특히 최근 블록 단위 이상의 복합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와 건축이 더 밀접하게 결합하면서 건축가의 역할도 건물 하나를 설계하는 것에서 도시의 경쟁력을 만드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건축가들도 도시를 이해하고 바르게 읽어내는 눈을 가져야 한다”면서 ‘도시’ 단위의 분석을 위해서는 “인문·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건축은 인문학의 결정체”라며 “도시와 건축, 예술과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사람’에 집중해 설계를 해오고 있다. 도시와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 맞이할 미래에 도움이 되는 건축물을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시 경쟁력에서 건축 설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건축 시장의 실정은 여전히 개선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 건축 시장에서 설계비는 ‘시공비의 몇 %’라는 개념으로 취급되며 중요성이 무시되고 있다”면서 “낮은 설계비 산정의 결과로 젊은 건축가들이 꿈을 접고 타 분야로 이직하는 현상이 야기되고 이는 설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품격에 맞는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는 적정한 설계비의 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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