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대 금융 그룹 모두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KB·신한금융은 나란히 ‘4조 클럽’, 하나금융은 ‘3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도 전년 대비 순익이 두 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역사적 저금리로 ‘빚투’ ‘영끌’ 수요가 늘었고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으로 이자 이익이 급증했다. 4대 그룹 모두 비(非)은행 부문을 강화해 비이자 수익이 증가한 것도 주된 요인이다. 올해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 이익 확대 효과로 그룹 전체 순익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일 하나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33.7% 증가한 3조 526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약 7%(2221억 원) 웃돈 것으로 첫 3조 원대 진입이다. 하나금융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반한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고른 성장과 안정적 비용 관리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배당 성향을 높이는 등 주가 부양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20년 20%였던 배당 성향을 2019년과 동일한 수준인 26%로 높이고 중간배당 700원을 포함한 주당 배당 금액을 3100원으로 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4대 금융 그룹은 총 14조 543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년 새 33.9%나 급증한 규모다. 4대 그룹 모두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대비해 지난해 쌓은 충당금 규모만 1조 8003억 원에 달한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해 수천억 원의 퇴직금이 비용으로 발생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15조 원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가장 큰 원인은 대출 증가와 금리 인상이다. 4대 그룹이 거둬들인 지난해 이자 이익은 34조 7058억 원으로 2020년 이자 이익인 30조 3163억 원보다 14% 증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고강도 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하자 은행이 이를 빌미로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등 ‘이자 장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몇 년간 그룹의 순익 구조를 은행 중심에서 카드·보험·증권·캐피털 등으로 다변화하는 노력을 한 결과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 비이자 부문 이익은 10조 274억 원에 달했다.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올해 기준금리가 최고 2%(현재 1.25%)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이자 수익 확대로 순이자마진(NIM)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성옥 우리금융 전무는 전날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이자 이익 증가 부분을 가장 기대해볼 만하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 이자 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재관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CFO)도 8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순이자마진은 0.07∼0.08%포인트 오르고 전체 대출은 5∼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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