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금리 인상 압박으로 국내 증시가 공포에 짓눌린 가운데 5% 넘게 급등하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주가 강세는 정부의 플랫폼 규제에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사상 처음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5.04% 오른 9만 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장중 한때 7.22% 오른 9만 3600원까지 치솟았고 9만 원 선 회복은 11거래일 만이다. 이날 상승률도 지난해 10월 7일 5.75% 오른 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외국인이 142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고 개인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175억 원을 내다 팔았다. 38조 9275억 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1조 9672억 원 급증해 40조 8947억 원으로 불어나 11거래일 만에 40조 원대를 재탈환했다.
이날 카카오가 강세를 보인 것은 견고한 지난해 실적과 함께 밝힌 주주 환원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6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롭게 썼다. 지난 2020년 매출 4조 1567억 원에서 앞자리 수가 두 단계 뛰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8% 늘어난 6조 1361억 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영업이익은 5969억 원으로 31% 늘었다. 광고·콘텐츠·페이·모빌리티 등 전 사업이 고루 성장했다. 카카오톡 기반 광고 사업인 ‘톡비즈’ 매출은 43% 증가한 1조 6439억 원, 모빌리티·페이·클라우드 등 ‘기타’ 부문이 78% 증가한 1조 1044억 원을 기록했다. 콘텐츠에서는 ‘게임’이 ‘오딘:발할라 라이징’ 흥행에 힘입어 두 배 넘게 성장했고 웹툰·웹소설 사업인 ‘스토리’는 50% 증가해 각각 9988억 원, 7911억 원을 기록했다. 신사업인 메타버스·블록체인 사업과 관련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배재현 수석부사장은 “상반기 다양한 대형 게임사들이 클레이튼 플랫폼에 진출해 P2E(돈 버는 게임) 등 생태계가 급속도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카카오가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의지를 보인 만큼 주가는 추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 측은 향후 3년간 회사의 별도 기준 잉여 현금 흐름의 15~30%를 재원으로 이 중 5%포인트를 현금배당하고 10~25%포인트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주주 환원 정책에 따른 자사주 소각과 특별 자사주 소각을 합산해 총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에서 계열사 상장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모빌리티 등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이슈는 불안 요소다. 실제 카카오는 올 상반기 상장을 추진했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상장 예비 심사를 무기한 보류했고 카카오모빌리티도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물적 분할 논란에 대해 배 부사장은 “현재 카카오 본사는 카카오톡 광고·선물하기 등으로 구성된 ‘톡비즈’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본사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주요 사업부를 물적 분할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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