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휴젤(145020) 인수 과정에서 1200억 원 이상 더 투자해 확실한 경영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반면 GS와 함께 인수에 나선 중동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는 투자금을 줄이고, 지분을 전부 넘기려던 원래 주인 베인캐피탈은 일부 지분을 남겨서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로 했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GS지주 컨소시엄은 11일 휴젤 인수를 위한 계약을 확정하면서 GS지주의 투자금을 2억 5100만불(3001억 9480만원)으로 늘렸다. 기존에는 1억 5000만불(1790억 원)가량을 내기로 했었다.
GS지주 컨소시엄은 GS지주-IMM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싱가포르계 투자기업인 CBC, 중동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가 맞손을 잡았다. 이중 GS지주가 늘린 금액만큼 무바달라의 투자금이 줄어드는 형태다. 최종 투자금을 기준으로 GS-IMM인베의 지분율은 약 42%로 전략적 투자자로 역할을 확실히 했다. 이들과 비슷한 지분율이긴 하지만 CBC는 재무적투자자로 남는다.
이와 함께 매도자인 베인캐피탈은 1652억원 가량의 일부 지분을 남겨 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 매각 대금은 1조 7239억 원에서 1조 5587억 원으로 줄어든다. 인수자는 주당 28만원을 적용해 휴젤 지분 43.24%를 확보한다.
GS지주가 투자금을 늘린 배경은 휴젤의 보톡스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확실한 주인이 누구냐는 시장의 의문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톡스 관련 기술을 지닌 휴젤이 CBC등 해외 사모펀드에 팔려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톡스 기술을 갖고 있는 휴젤의 매각을 최종 승인하는 정부 일각에서도 확실한 주인이 누구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은 GS컨소시엄의 인수를 계기로 인허가 리스크를 해소하고 미국 등 글로벌 판매망을 넓히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12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휴젤의 보툴렉스주·보툴렉스50단위·보툴렉스150단위·보툴렉스200단위 등 4종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 통지와 회수·폐기 명령을 내렸다. 휴젤은 식약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일부 위험이 해소됐다.
손지훈 휴젤 대표집행임원은 11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유통 논란은 안타깝지만 시장의 실적이 증명하고 있고 해외 허가에도 영향이 전혀 없다”며 "품질 이슈가 아닌 만큼 식약처도 해외에서 질의를 받으면 명확하게 답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휴젤은 지난 해 해외 수출 비중 확대로 2452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올해 휴젤은 중국, 유럽, 미국의 현지 시장 진출 완료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중국의 경우 올해 시장점유율 15~20%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올해 4000여 개 병의원에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를 공급하고 현지 학술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현지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하게 된 유럽은 1분기 첫 선적 및 론칭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유럽의약품안전관리기구연합체(HMA)의 품목허가 승인 권고에 이어 지난 27일 프랑스 국립의약품청(ANSM)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연내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11개 진출을 완료하고 내년까지 유럽 36개국 진출을 마무리 짓겠단 계획이다. 유럽은 중국, 미국과 함께 전 세계 80%를 차지하는 거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다.
손 대표는 “바이오 산업을 그룹 신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정의한 GS와 아시아 기업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해온 CBC의 지원으로 휴젤의 미래 비전은 앞으로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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