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스케이터에서 깜짝 은메달리스트, 그리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프린터로….
차민규(29·의정부시청)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발목 인대가 두 군데나 손상됐다. 수술 뒤 1주일 만에 재수술을 하는 등 선수 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의사는 “다 나아도 운동 능력이 올라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차민규는 스케이트를 벗지 않았다. 4년의 기다림 끝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출전만으로도 기적이라 할 만했는데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 은메달까지 따냈다. 금메달 선수에 불과 0.01초 뒤졌다.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망도 밝지 않았다. 2021~2022시즌 네 차례 월드컵에서 한 번도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면 혹시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정도의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차민규는 이번에도 예상을 뒤엎으며 반전의 스케이터로 우뚝 섰다. 그는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34초 39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같은 종목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이다.
이 종목 금메달은 34초 32의 올림픽 기록을 세운 가오팅위(중국)에게 돌아갔다. 동메달은 34초 50의 모리시게 와타루(일본)다. 김준호(강원도청)는 34초 54의 6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단은 전날 쇼트트랙 최민정의 은메달에 이어 이틀 연속 메달 레이스를 이어갔다. 금 1, 은 2, 동메달 1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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