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 폭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수준에 시장 참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준이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8차례 인상할 가능성과 3%포인트 넘는 인상 효과를 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나왔다.
경제위기, 회복 사이클 따라 반복된 연준의 금리 조정
미 연준은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해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연준의 대응을 보면 1990년대 말 이후 '저금리→IT주 거품→금리 인상→시장 위축→금리 인하→부동산 거품→금리 인상→금융위기→금리 인하(제로금리)' 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전후 '닷컴 버블' 당시 나스닥지수는 1999년 9월부터 2000년 3월 최고점까지 83% 폭등했다. 이때 미국 연준은 1999년 5월 4.75%이던 기준금리를 2000년 5월 6.5%까지 1년간 1.75%포인트 높였다. 이후 시장이 곤두박질치자 연준은 기준금리를 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연 1.00%까지 내리고 2004년 5월까지 유지했다.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로 자금이 몰리며 집값이 폭등했다. 그러자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인상에 나서 2006년 6월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다. 당시 2년 1개월 새 기준금리 인상 폭은 4.25%포인트에 이른다.
이듬해인 2007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자 연준은 다시 금리를 내렸다. 2008년 12월 0.0∼0.25%의 제로금리 시대를 열어 2015년 11월까지 유지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다시 나선 건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년간이다. 제로금리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연 2.25∼2.50%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경기가 가라앉는 양상을 보이자 2019년 10월 기준금리를 연 1.50%까지 다시 낮췄고,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美 내년까지 8차례 인상 가능. 체감 강도 3%포인트 달할수도"
최근 연준은 다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커냈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에 7차례 이상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물가 오름세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5% 올랐다. 4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으로 6%를 넘는 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이어졌다.
도이체방크와 씨티그룹은 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빅스텝'으로 볼 수 있는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은행은 5·6·9·12월에 '베이비 스텝'으로 볼 수 있는 0.25%포인트씩 추가로 올려 올해에만 1.5%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황 연구위원은 "과거 움직임을 고려하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다음 달부터 0.25%포인트씩 올해 네 차례와 내년 네 차례 모두 8차례, 2%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양적긴축(QT)이 이뤄지면 1%포인트에 가까운 인상 효과가 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말까지 경제 주체가 받을 금리 인상 압박은 3%포인트 이상으로 추산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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