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여건 발의됐으나 처리된 건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처가 사건을 무더기로 검찰에 이첩하면서 수사력 부재 논란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법 개정 등 변화 움직임은 제자리인 셈이다. 게다가 발의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부분 수사·행정 인력 확충과 공수처 검사 자격, 수사 범위 확대 등 본질적인 공수처 변혁과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수사력 강화를 꾀한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총 24건이다. 이들 가운데 국회 문턱을 넘어선 법안은 단 1건으로, 4건은 대안 반영으로 폐기됐다. 나머지 29건은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공수처 검사의 정치 중립성을 확립하기 위한 자격 제한,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형사보상 근거 마련, 행정·수사 인력 확충 등이다. ‘공수처장 협조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의 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거나 거부할 경우 서면으로 소명해야 한다’, ‘성비위 근절을 위해 강간 등 범죄를 수사 대상에 추가한다’ 등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타기관에 이첩하고도 공수처 검사가 압수수색, 체포, 구속영장 청구, 공소 제기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재이첩 조건 규정을 신설하고, 불기소 결정 범위를 규정하는 등 직무 범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으나,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수사력 강화 등으로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내·외부적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설립 전부터 제기되던 ‘옥상옥’ 우려를 해소하고, 무더기 이첩 방지 등 실질적 수사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수사권 폐지와 선택 입건 등 본질적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수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각종 의혹을 담은 ‘X파일’ 관련 고발 사건을 지난 4일 검찰로 이첩했다. 이는 고발장이 접수된지 7개월 만이다. 지난 달 24일에도 윤 후보의 ‘장모 사건 대응 문건 작성 의혹’을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특히 같은 달 21일에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윤 후보와 관련해 고발한 22건의 사건을 검찰·경찰에 넘겼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근본적인 문제는 역량이 부족한 기관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이라며 “현재 공수처가 가지고 있는 우선수사권, 즉 전속권할권부터 폐지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권한을 검경 모두에게 줌으로써 경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옥상옥 기관이 아닌 동등한 수사 주체로서 검찰·경찰과 경쟁시켜야 수사력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법 25조 2항은 거의 사문화됐다”며 “공수처가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사 대상을 줄이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공수처법 25조 2항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는 이어 “공수처는 애초 취지대로 ‘법조 카르텔’을 깨기 위한 수사·기소에 집중해야 한다”며 “(공수처) 사무규칙상 존재하는 선별입건 부분을 한층 상세하게 만들어서 공수처가 1년에 해야 할 수사 대상을 축소하고, 사전 절차를 명확히 하는 등 업무를 슬림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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