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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서 펀드·보험 들고 대출까지…'脫지점화'로 2030 유혹

■금융권 메타버스 각축전…차세대 금융채널 공들이는 시중銀

핀테크·빅테크에 속속 고객 내주자

신한, 계열사마다 동시다발 공략

은행·카드·보험 등 상품 거래 추진

NH·KB, 게임 기반 서비스 확대

우리·하나, 직원 교육에 적극 활용

이용자 보호·과세·해킹은 과제로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야구장인 'SOL 베이스볼 파크' 모습.




신한금융지주는 국내 10개 금융지주 가운데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꼽힌다. 특히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시류에 편승한 홍보성 콘텐츠가 아닌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주요 판매 채널로 메타버스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계열사 동시다발 메타버스 공략=신한금융은 여러 계열사가 ‘따로 또 같이’ 메타버스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회원사 750개사(참여 기업 651개사·유관 기관 99개사)에 신한금융의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라이프생명보험·신한디에스(DS) 등 총 4곳이 이름을 올렸다.

우선 그룹 내 맏형인 신한은행이 지난해 9월 메타버스 전문 기업인 핏펀즈를 주 사업자로 선정하고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신한금융 ‘퓨쳐스랩’ 출신인 핏펀즈는 신한은행 ‘쏠(SOL) 베이스볼 파크’ 등을 메타버스로 구현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분 교환을 통해 혈맹을 맺은 KT와도 메타버스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독보적인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갖춘 신한AI 역시 독자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베스트’를 준비 중이다. 신한AI는 2019년 9월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출범한 AI 전문 회사다. 2016년 시작된 ‘보물섬 프로젝트’의 성과를 이어받아 탄생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메타베스트’라는 이름은 메타버스 환경 속 투자(in Vest) 활동에 초점을 맞춰 붙여졌다. 최상(best)의 AI·메타버스 기술을 의미하는 중의적인 작명이기도 하다.

이 플랫폼에서 사용자는 AI가 자산 배분을 하는 투자 상품을 체험하거나 사고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카드·보험 등 신한금융 계열사의 상품도 점차 늘려나간다는 게 신한AI 측의 계획이다. 아울러 규제 공백 상태인 만큼 비금융 플랫폼으로 시작해 이용자를 먼저 끌어모은 뒤 나중에 금융 상품을 추가할 수도 있다. 물론 금융 당국에 혁신 금융 서비스를 신청해 규제 특례를 인정받아 시장을 선점하는 방안도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핀테크에 내준 모바일 주도권, 메타버스에서는 다르다=신한금융이 메타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최근 한 언론 기고에서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진심인 이유 세 가지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메타버스가 인터넷에 이어 산업의 유통 구조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차세대 리더라는 점 △핀테크·빅테크에 빼앗긴 2차원(2D) 금융 플랫폼 주도권 경험 △미래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확보 등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변화에 보수적이던 금융권이 카카오뱅크의 등장에 뒤늦게 모바일로 전환하다 안방을 내준 아픔의 반작용이라는 해석이다. 정 교수는 “이에 따라 3차원(3D) 금융 플랫폼인 메타버스 시대에는 ‘퍼스트 무버 효과’를 선점하겠다는 생각이 깔렸다”고 했다.

메타버스 주 이용층인 Z세대의 관심사나 행동 패턴 등을 디테일하게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플랫폼에 의존한다면 해당 플랫폼에 정보 공유를 요청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자사 플랫폼을 구축하면 간편하게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시장성도 열풍에 한몫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787억 달러에서 오는 2024년 7833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NH금융, ‘독도버스’·KB금융, 메타버스 게임 실험=신한금융이 한발 앞서가고 있지만 다른 금융지주도 분주하다. NH금융그룹은 다음 달 농협은행을 통해 메타버스 게임 ‘독도버스’를 출시한다. 핀테크 기업 핑거·마이크레딧체인(MCC)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적 요소를 가미하면서 하루도 안 돼 1·2차 사전 가입자 6만 6500명을 끌어모았다.

KB금융그룹은 최근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에 KB금융타운 베타 버전을 만들어 주식 시세 등 외부 정보 연계, 국민은행이 운영하는 KB 화상 상담 서비스와 모바일브랜치 연동, 아빠에게 용돈 조르기 서비스를 실험했다.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메타버스를 직원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제페토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했다. 우리은행은 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를 메타버스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메타브랜치를 오픈했다.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지방 금융지주도 메타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대구은행은 구글 어스 기반의 ‘어스2’에서 제2본점 건물 부지를 매입했다.

다만 금융권의 이 같은 메타버스 열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향후 메타버스의 과제로 △이용자 보호 △정보와 경험의 적절성 확보 △현재의 법·제도와 메타버스의 정합성 확보를 거론했다. 정 조사관은 “메타버스에서 이뤄진 활동에 대한 현실적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상거래가 이뤄질 경우 과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메타버스 시스템이 해킹·침해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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