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부실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른바 '깡통 어음'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14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법인에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한화투자증권 관계자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 B씨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8년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은 1억5000만달러(한화 약 1800억원) 규모의 달러표시채권를 사모로 발행했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인 금정제십이차를 통해 CERCG가 발행한 외화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CERCG의 역외 자회사가 CERCG의 보증을 받아 발행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 상환에 실패하면서 국내 기관들이 투자한 ABCP도 교차부도(크로스디폴트)를 맞았다. 결국 어음에 투자한 증권사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됐고, 검찰은 수사 끝에 관련 업무를 담당한 A·B씨와 회사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SAFE와 관련한 문의가 있으면 아는 대로 설명해준 것으로 보이고,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볼 수 없다”며 “비록 상품설명서에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전문 투자자들이 이미 SAFE 관련 이슈를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