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공포가 번지면서 하락 장에서 귀금속 상장지수펀드(ETF)가 두각을 나타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대로 국내 금값이 16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솟아올랐지만 현재 시점에서 진입하는 것은 투자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INDEX KRX금현물(411060)은 전 거래일 대비 1.17% 오른 1만 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KRX금시장의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원화 대비 달러화 환율도 함께 반영된다. 한동안 잠잠했던 은 가격도 상승에 동참했다. 이날 KODEX 은선물(H)과 TIGER 금은선물(H)은 각각 2.88%, 1.42% 반등했다.
러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된 것이 귀금속 가격을 끌어올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위험 자산을 기피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화됐다. 이날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99.99K 금 1g당 가격은 7만 1390원에 마감해 지난 2020년 10월 6일(7만 1560원) 이후 약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이날 안전자산의 대명사 격인 금보다 ‘은’의 상승 폭이 가팔랐는데 이는 가격 매력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금융시장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투자 수요가 금에 몰렸지만 은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덜했다. 실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가격은 최근 1년간 0.84% 반등하면서 높아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피해갔지만 은은 같은 기간 13.60% 하락했다.
다만 현재 시점에 귀금속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누그러지면서 귀금속에 대한 투자 수요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가와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내 고점을 형성하고 하반기에는 안정화되는 그림을 예상하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 귀금속 가격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며 “올 하반기 귀금속 가격은 하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으며 변동성에 대비해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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