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브릿지벤처스가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20대 1’이라는 예상보다 부진한 경쟁률을 보이면서 상장을 추진 중인 벤처캐피탈(VC)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지난해 12월 증시에 입성한 KTB네트워크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나 떨어졌고, 스톤브릿지가 기업공개(IPO) 사상 역대 최저 수준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VC 업체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식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IPO 업계에 따르면, 스톤브릿지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20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참여 기관 수는 274곳으로 앞서 공모를 진행한 KTB네트워크의 경쟁률(50.19대 1)이나 참여 기관수(405곳)와 비교해도 부진한 편이다.
싸늘한 기관 투심은 의무 보유 확약 제시에서도 드러났다. 스톤브릿지 청약 참여 기관 중 일정 기간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고 의무 보유를 약속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한 수량 기준 55.63%의 기관들이 희망 가격으로 공모가 하단(9000원) 미만을 적어냈다. 결국 스톤브릿지는 공모가를 하단 아래인 8000원으로 정하고, 구주매출 45만 주를 줄이는 방식으로 공모 주식 수를 기존 450만 주에서 405만주로 10% 줄이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증권업계는 침체된 공모주 투자 분위기가 후발 VC 상장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내 VC들은 지난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와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끝으로 증시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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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다수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고, VC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는데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이는 KTB네트워크가 지난해 12월 중순 상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고, 다수 벤처캐피털들이 올 해 상장을 준비하는 데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무신사와 뮤직카우 등에 투자해 이름을 알린 LB인베스트먼트가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연내 증시 입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압타바이오·뷰노 등에 투자한 HB인베스트먼트 역시 지난해 상장 주관사로 대신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당근마켓과 직방 등 유니콘을 투자사로 둔 캡스톤파트너스는 현재 주관사를 찾고 있다. 이와함께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퓨처플레이도 각각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후 주식 시장 입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공모가 5800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KTB네트워크의 최근 주가가 4000원 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스톤브릿지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KTB네트워크 보다 낮게 나오면서 상장을 준비 중인 VC들의 공모 일정과 기업가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공모주 투자자는 “투자자들은 앞서 상장한 같은 업종의 공모가 대비 주가를 중요한 투자 지표로 삼는다”면서 “VC에 대한 공모주 투심이 현재로서는 좋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될 때 VC의 공모주 청약이 흥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VC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투자 기업의 IPO를 통해 주식 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사업 구조상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른 종목에 비해 주가에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VC 대표는 “투자한 기업의 상장 성공 여부에 따라 (VC가 투자한) 지분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면서 “펀드 결성 이후 청산까지 약 8년 이상 걸리는 VC 특성상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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